'유럽의 왕가(王家)' 오스트리아는 2017년 10월 제바스티안 쿠르츠(32)를 총리에 선출한 후 경제·외교에서 두루 안정을 되찾았다. 과거 0~1%대 경제 성장률이 2%대 중후반으로 올라갔고 영국, 프랑스 등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도 크게 호전됐다. 20대 외무장관 경력을 가진 '세계 최연소 총리'와 기업인 출신 40대 여성 마가레테 슈람뵈크 경제장관이 힘을 합쳐 성과를 냈다.
최근 오스트리아는 '자발적 근로자'가 주당 최장 50시간이 아닌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회 보장 제도에 대한 전면적 개혁도 시작했다. 쿠르츠 총리는 독일 슈피겔지와 인터뷰에서 "한때 '더 나은 독일'이라고 불렸던 오스트리아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했다.
2015년 44세에 총리에 오른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47)는 장관 남녀 비율을 1대1로 맞추고, 시크교도 국방장관과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 민주제도부 장관 등을 발탁했다. 그는 취임 이후 '화해의 정치가'로 평가받았다. 아이슬란드에선 두 번째 여성 총리인 카트린 야콥스도티르(42) 총리가 2017년 말 취임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2009~2013년 교육부 장관을 지낸 그는 의료, 교육, 교통 등 생활 인프라 투자에 집중했다. 그리스는 알렉시스 치프라스(44) 총리 체제하에서 8년 만에 구제 금융을 졸업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선 이 같은 30~40대 '젊은 리더(Young Leader)'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기존 정치에 식상한 국민이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해 젊은 국가 지도자를 선출한 결과다. 본지가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36개국을 조사해 보니 15개국 정상의 현재 연령이 30~40대였다. 국가 지도자의 평균 연령은 53세였다. 정치 지도자의 대부분이 60대 이상인 우리와는 차이가 컸다. OECD에서 한국보다 국가 지도자 연령이 높은 나라는 도널드 트럼프(72) 미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69)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해 체코(74세)와 칠레(69세), 멕시코(65세) 등 5개국에 그쳤다.
이들 젊은 리더의 경제 성적표도 좋았다. OECD 통계에 따르면 30~40대 지도자를 가진 15개 회원국의 작년 평균 성장률은 연 2.9%로, 60세 이상이 국가 지도자인 12개국 평균 성장률(2.7%)보다 높았다. '88만원 세대'의 우석훈 경제학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젊은 지도자일수록 실생활에 최적화된 정책을 펼 수 있다"고 했다.
젊은 리더들은 '갈등 조정'과 '사회 통합'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보였다. 리오 버라드커(39) 아일랜드 총리는 지난해 '임신 12주 이내 낙태 허용' 국민투표를 성공시켰다. 150년 넘게 낙태를 금지당했던 여성 유권자들의 적극 지지를 받았다. 각국 젊은 정치인들은 '이념'에서도 대체로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38) 총리는 노동당 당수로 '사회 민주주의자'를 자처하지만, 북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요구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젊은 리더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정당들이 조기 인재 등용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 39세에 대선에서 승리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5세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실의 경제보좌관을 지낸 뒤 37세에 경제부 장관에 오르며 국정 경험을 쌓았다. '제3의 길'의 영국 토니 블레어는 20대 초반에 노동당에 입당해 29세에 처음 출마했고 44세에 총리에 올랐다. 미국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비슷한 성장 경로를 걸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한국의 기성 정치가 가장 취약한 것은 바로 '콘텐츠'"라면서 "젊은 정치인은 구체적 공약과 비전을 갖고 유권자를 설득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