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의 간판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사진〉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NYT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신문이긴 하지만 간판 칼럼니스트를 내세워 "탄핵해야 한다"고 정색하고 주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칼럼은 마치 '트럼프 탄핵' 궐기문 같은 내용이었다.

프리드먼은 레바논 내전 등 중동 분쟁을 비롯해 미 정치·안보 분야에서 40년간 취재해온 베테랑 기자로, 언론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프리드먼은 24일 자 NYT 칼럼에서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나가는 건 그가 들어왔을 때처럼 투표를 통한 것이 나라를 위해선 최고의 방식이라 믿어왔다"면서 "지난주를 기점으로 나뿐 아니라 공화당과 많은 미국인의 생각도 바뀌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주' 트럼프는 참모들의 반대에도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일방적으로 결정했고, 이에 반발해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프리드먼은 "지금은 우리가 트럼프와 함께 2년 이상을 더 살아남을(survive) 수 있을지 물어봐야 할 순간"이라면서 "(트럼프는) 우리나라와 시장, 주요 기관, 더 나아가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의 탄핵이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프리드먼은 트럼프 탄핵에 여당인 공화당이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공화당이 먼저 나서야 하는 이유는 상원 다수를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대통령 축출은 최대한 국가적으로 단합된 상태에서 실행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더 심하게 찢겨 버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프리드먼은 트럼프가 남은 임기를 다 채우면 그것이 국가의 '진짜 위협'이라고 했다. 보고서를 읽거나 주요 정책과 인사를 결정하기 전 전문가들과 상의하는 것 같은 대통령으로서의 기본적인 임무조차 다 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러시아와는 협조하면서 동맹에 대해서는 퇴짜를 놔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 주저함이 없다"면서 "앞으로 2년 이상 남은 그의 임기야말로 국가의 진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프리드먼은 '트럼프 리스크'는 나라 밖에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 안정의 주춧돌(keystone)"이라면서 "세계가 오늘날 이런저런 많은 문제에도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건 미국이 제 모습대로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프리드먼은 "그러나 트럼프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와 인권을 중시해온 미국의 중요성이나 그 역사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면서 "이는 매티스 장관의 사퇴 편지 내용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했다.

프리드먼은 또 "오늘날의 세계는 2차 대전 이후 만들어진 국제기구들과 동맹들이 거미줄같이 연결돼 상호 작용했기에 전례 없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에 있다"면서 "트럼프는 이것이 미친 생각(mad notion)이라고 여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트럼프의 생각은 미국의 주권과 풍요로움을 위협한다"면서 "차라리 그가 없는 게 낫다"고 했다.

프리드먼은 "트럼프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부추기고 미국이 나토(NATO)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고 흘리고 있다"고 지적한 뒤, 미국의 기존 가치를 다 허무는 트럼프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프리드먼은 "만약 미국이 모든 조약과 다자 기구·동맹들의 파괴자가 된다면, 만약 미국이 세계 안정의 닻이 아니라 불안정의 엔진이 된다면, 만약 미국이 진실과 신뢰의 두 기둥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진실과 신뢰를 매일같이 공격하는 대통령도 용납하는 나라가 된다면, 조심해야 한다"면서 "당신의 아이가 단지 이전과 다른 '미국'에서 자라는 게 아니라 이전과 다른 '세계'에서 자라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프리드먼은 "트럼프처럼 2년 내내 거짓말하고 보좌관들을 마치 크리넥스 물티슈 버리듯 자르고, 10대 애들처럼 끝도 없이 트위터를 하고, 전문가의 조언은 무시하는 어느 기업 CEO가 있으면 그는 이사회에서 바로 잘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