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파푸아뉴기니에서 가시 돋친 비판을 주고받으며, 국제사회를 향해 '우리가 더 나은 파트너'라고 외쳤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시 주석과 펜스 부통령이 '결투 연설'을 벌였다"고 전했다. 미·중의 갈등 때문에 18일 폐막한 이번 정상회의는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APEC 정상회의가 공동성명 채택을 못 한 것은 1993년 첫 회의가 열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이 맞붙은 것은 17일(현지 시각)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포럼 행사 때였다. 먼저 기조연설에 나선 시 주석은 "(세계는)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에 분명하게 반대하는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어 "한 나라가 어떤 발전의 길을 걸어갈 것인지는 그 나라 국민의 선택"이라며, '중국제조2025' 등 중국식 발전 방식을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에 이어 연단에 오른 펜스 부통령은 중국을 거명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중국이 미국을 이용해 먹고 있다"며 "중국이 행태를 바꾸기 전에는 미국은 행로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 상품에 2500억달러(283조원)의 관세를 물리고 있지만 관세 규모가 갑절 이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수축 벨트' '일방통행로'라고 비꼰 뒤, "미국이 더 나은 선택권을 제공한다"고 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인 16일 백악관 기자들에게 "중국이 거래(협상)하기를 원한다"며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중국)은 자신들이 기꺼이 하려고 하는 것의 긴 목록을 보내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의 대답에 4~5가지 큰 것이 빠져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