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가 하늘을 뒤덮은 11일 서울은 온종일 뿌옇고 탁했다. 이날 서울 지역 초미세 먼지(PM2.5) 농도는 순간 최고 87㎍/㎥까지 올라가는 등 줄곧 '나쁨' 수준을 보였다. 초미세 먼지 농도가 일평균 36㎍/㎥를 넘기면 '나쁨', 76㎍/㎥를 넘기면 '매우 나쁨'으로 분류한다. 수도권을 비롯해 충북·대구·울산·경북 지역에서도 초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했다.

12일에도 수도권·충남권·호남권은 오전 중 초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일 것으로 예보됐다. 당분간 한반도가 미세 먼지의 공습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기 정체 땐 국내 조치로도 감소 효과

우리나라 미세 먼지 농도는 중국에서 넘어오는 유입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중국발 미세 먼지 유입이 심할 때는 국내 미세 먼지 농도의 80%까지 영향을 준다. 하지만 적을 때는 20~30% 수준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기류가 정체돼 중국발 미세 먼지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을 때는 국내 미세 먼지 배출량만 줄여도 대기 상태가 크게 개선된다"고 말했다.

흐릿한 빌딩 숲 -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미세 먼지로 뿌옇게 흐린 서울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서울 지역의 하루 평균 초미세 먼지(PM 2.5) 농도는 47㎍/㎥에 달했다. 초미세 먼지 농도가 35㎍/㎥를 넘기면 ‘나쁨’ 수준으로 분류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분석은 이런 주장을 실제로 뒷받침하고 있다. 모델 분석 기준일인 지난 3월 12일 수도권 지역에서 시행 중인 고농도 미세 먼지 비상 저감 조치를 전국적으로 민간 부문까지 확대 시행했다면 초미세 먼지(PM2.5) 총배출량이 적게는 45.7t에서 많게는 255.5t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이에 따라 초미세 먼지의 하루 평균 농도는 2.2~12.2% 줄어든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 3월 12일은 중국발 미세 먼지 영향과 국내 미세 먼지 배출 영향이 각각 절반 정도였다. 과학원은 당시 상황에서 '약한 저감 조치'와 '강한 저감 조치' 등을 대입해 미세 먼지가 각각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계산했다.

'약한 저감 조치'는 각 사업장이 이산화황이나 이산화질소 등 미세 먼지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대기오염 방지 시설 효율을 기준보다 높이고 미세 먼지 배출이 많은 상위 50% 발전소 발전량을 20% 제한하는 등을 조치한 경우다. '강한 저감 조치'는 사업장에 대기오염 방지 시설을 장착하는 것은 물론 발전소 발전량을 60% 제한하고, 배출가스가 많은 일부 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등 강화된 조치를 했을 경우다.

그 결과 '약한 저감 조치'를 취하면 당일 초미세 먼지가 45.7t이 줄고, '강한 저감 조치'를 취하면 255.5t이 주는 것으로 나왔다. 3월 12일 배출된 미세 먼지 총량은 888t이었다.

◇"차량 배출 미세 먼지 51%까지 감소"

세부적으로 살펴보니 제조업 사업장에서 대기오염 방지 시설을 최대로 가동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초미세 먼지 배출량이 최대 39.9t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일 제조업 연소에서 나온 미세 먼지는 199.3t이었다. 또 발전소 가동을 제한하면 초미세 먼지 배출은 원래 배출량(132.2t)에서 36.2t이 줄었고, 자동차 운행 제한 등을 실시하면 당초 배출량(106.9t)에서 절반가량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원은 "미세 먼지 농도가 최고조인 낮 시간대에 감소 효과도 가장 크게 나타났다"며 "지역별로도 수도권과 영남·충남 등 평소 미세 먼지 배출량이 높은 지역에서 감축 효과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미세 먼지 단계를 '나쁨'에서 '보통'까지 떨어뜨릴 정도로 크진 않았다고 과학원은 밝혔다.

홍지형 인하대학교 교수는 "겨울철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 먼지는 중국발 미세 먼지 요인이 절반 이상이라는 사실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 취하는 저감 조치가 실제로 미세 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중국 정부와 미세 먼지 협상에서도 우리의 저감 노력이 전제돼야 더 적극적인 요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미세먼지·초미세먼지

국립과학원이 측정하는 미세 먼지 중 입자의 지름이 10μm 이하의 먼지를 ‘미세 먼지(PM10)’, 지름 2.5μm 이하의 먼지를 ‘초미세 먼지(PM2.5)’라고 부른다. 마이크로미터(μm)는 1000분의 1밀리미터(㎜) 단위로 머리카락의 지름이 50~70μm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