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위너'에서 '공허해'와 '센치해'를 찾던 남태현(24)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도자기 인형처럼 하얀 피부와 스키니진이 잘 어울렸던 미소년이 아니었다. 2년 전 위너를 나와 지난해 밴드 사우스클럽을 결성한 뒤 생긴 변화. 그는 요즘 너덜너덜해진 청바지가 어울릴 법한 블루스록을 능청스럽게 연주한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왜 YG(엔터테인먼트)를 나왔느냐"다. "나쁘게 나온 건 아니에요. 나답게 살고 싶어서요. 쉴 때 조차 주차장부터 편의점까지 경호원과 매니저가 따라다녀 스트레스였죠."

“블루스록은 울면서 웃는 느낌이라 좋다”는 남태현은“이번 신보에는 평소 오글거려서 잘 못 쓰는 사랑 가사도 담을 예정”이라며 웃었다.

위너에서 활동할 때도 직접 작곡에 참여했다. "하지만 서바이벌 게임처럼 팀 색에 맞춰 히트할 가사, 중독성 있는 훅 만들기만 고민했다. 전혀 즐겁지 않았다"고 했다. 그룹을 탈퇴하니 내일 뭐 할지 스스로 고민하는 게 가장 낯설었단다. "매일 저녁 회사가 정해준 스케줄 문자가 '띠링' 오면 다음 날 이에 맞춰 몸만 움직였으니깐요.(웃음)"

아이돌 울타리를 벗어나자마자 집어든 게 '블루스록'이다. "흑인들의 노동요였고 뜻도 '우울하다'인데 일단 들으면 신나잖아요. 힘든 감정을 유쾌하게 승화시키죠." 그의 팔에는 기타 코드의 한 종류인 '세컨더리 도미넌트 코드'가 그려져 있다. "스물한 살 때 처음 F 코드를 잡고 기뻐서 기타 선생님 악보를 빌려가 그대로 새긴 것"이란다.

물론 YG라는 그늘을 벗어나자 도통 쉬운 게 없었다. 일단 무대가 없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초조함에 단골 뮤직바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해보려 했는데 "차라리 그 시간을 음악에 집중하라"는 가게 사장님 만류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로부터 반년 만에 지금의 밴드원(기타 강건구, 드럼 장원영, 베이스 남동현)을 만났다. 금세 그만둘 거란 우려와 달리 10월 24일 두 번째 미니앨범을 내고 같은 달 27일 서울 서교동 웨스트브릿지에서 단독공연도 연다. "아이돌이나 하던 애가 무슨 밴드냐는 편견을 이겨내고 싶어요. 한물간 7080음악으로 취급받는 블루스록의 전성기를 다시 일으켜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