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무렵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베트남 독립 운동가이자 전 베트남 국가주석 호찌민(1890~1969)과 가깝게 지내며 도움을 줬다는 프랑스 정부 기록이 발견됐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독립운동사 연구가 이장규(51·파리7대학 박사과정)씨는 1919~1920년 사이 임시정부가 유럽에 설치한 파리위원부 인사들과 호찌민의 관계를 기록한 프랑스 경찰의 보고서를 최근 프랑스국립해외영토자료관(ANOM)에서 발견했다고 30일(현지 시각) 밝혔다.
보고서는 호찌민을 감시하던 장(Jean)이라는 이름의 형사가 만든 것이다. 당시 베트남을 식민 통치하던 프랑스는 호찌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 장은 호찌민이 임정 파리위원부의 도움을 받았다고 적었다. 그는 "한국 대표단은 1919년 4월 대한민국 통신국을 열어 홍보물을 제작했는데, 이들은 호찌민이 이 통신국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고 적었다. 당시 파리위원부 대표였고 후일 임시정부 부주석이 된 김규식이 호찌민을 적극 도왔다. 1920년 2월 작성된 보고서에는 "호찌민이 프랑스에서 기고한 글들이 중국에서 번역돼 출판됐는데, 호찌민이 김규식한테 부탁해 이뤄진 것"이라고 돼 있다.
이 보고서는 파리위원부 서기장이던 황기환이 1920년 1월 열린 프랑스 지리학회 모임에 호찌민과 함께 참석한 정황도 담고 있다. 황기환은 '극동에서 위협받는 평화'란 제목으로 연설하며 "독립을 이룰 때까지 일본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도 연설을 시도했지만 주최 측에 의해 저지당했다. 프랑스 경찰의 보고서를 발견한 이장규씨는 "우리 독립운동가들이 프랑스에서 맹활약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희귀 자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