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국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때 달러 외채가 많은 신흥국에선 곡소리가 났다. 달러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면서 달러가 부족해진 신흥국들이 디폴트(부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0년 이후 1994, 1999, 2004년 등 크게 세 차례 기준금리를 크게 올렸다. 1994년엔 물가 상승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연초 연 3.0%였던 금리를 7차례에 걸쳐 올려서 다음 해 2월 연 6.0%로 만들었다. 이후 1994년 멕시코 외환 위기가, 1997년엔 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외환 위기가 발발했다. 태국에서 터진 아시아 외환 위기는 인도네시아를 거쳐 한국까지 '전염'됐다. 우리나라는 1997년 말 210억달러의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1999년에도 미국은 물가를 잡겠다면서 급격하게 금리를 올렸다. 그해 5월 연 4.75%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1년 만에 6차례 금리 인상으로 다음 해 5월 연 6.5%까지 올랐다. 이때 타격을 받은 것은 전 세계의 기술주 거품이었다. IT(정보기술)의 메카인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전 세계 IT 기업 주가가 폭락했다. 한국도 IT 기업에 끼었던 거품이 꺼지면서 2000년 코스닥지수가 5분의 1 토막 나기도 했다.

2004년엔 미국이 급등한 부동산 가격과 물가를 잡겠다면서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기 시작했다. 2004년 초 연 1.0%였던 기준금리를 2년여 동안 무려 17차례에 걸쳐 올려 2006년 7월 연 5.25%까지 상승시켰다. 그 결과, 2007년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고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져 신흥국뿐만 아니라 선진국까지 '대침체'의 고통에 빠졌다.

그런데 2015년 말 시작된 현재의 미국 금리 인상 속도는 연간 많아야 4차례로 한 해 6~8차례 금리를 올리던 과거의 절반 정도의 속도다. 그럼에도 올 들어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 외채가 많은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리기는 하나 과거 미국발 긴축은 외채가 많은 나라에 위기를 불러왔다"며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가 넘지만 신흥국 위기가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취약한 부분은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