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권좌를 지키고 있는 '스트롱맨'도 창업 19년 만에 은퇴 발표를 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총수의 속내가 못내 궁금했던 모양이다.

11일(현지 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기업가 원탁회의 행사장.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던 푸틴 대통령이 갑자기 대화를 멈추더니 "저기 디저트를 먹고 있는 젊은이에게 물어봐야겠다"며 자리를 옮겼다. 그가 찾아간 사람은 최근 은퇴 선언을 한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었다.

"이렇게 젊은데 왜 은퇴하려고 합니까?"

"각하, 저 안 젊습니다. 어제 쉰넷 생일 지났습니다."

"나는 예순여섯인데 나와 비교하면 당신은 젊다." 푸틴이 박장대소했다.

그러자 마윈은 "회사를 세운 지 19년이 되면서 어느 정도 이룬 것도 있지만 교육과 공익 활동 등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하루 전인 10일 "1년 뒤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 아름다운 꿈인 교사로 돌아가겠다"며 은퇴를 발표했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크게 회자됐다. 마윈은 이날 푸틴 대통령에게 이번에 러시아에 알리바바의 합작사를 설립한다는 사실을 소개한 뒤 "저는 비록 1년 뒤 은퇴하지만 알리바바가 항상 러시아 법을 준수하고 중·러 양국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을 보증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러시아 정부도 알리바바의 러시아 내 발전을 전적으로 지지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중국 안팎에선 마윈 회장의 돌연한 은퇴 발표가 권력에 의한 비명횡사를 피해 신변 안전을 도모하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