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4월, 북베트남군의 진격에 함락이 임박한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을 뒤로하고 미군 헬기가 날아올랐다. 남베트남 해병대 장교 부부와 아홉 살 아들 등 가족들이 가까스로 몸을 실었다. 그 아홉 살 소년이 43년 뒤 주일 미 육군을 통솔하는 사령관이 됐다.

지난 28일 일본 가나가와현 주일 미 육군 사령부에서 취임식을 가진 비엣 루옹(Viet Luong·52·사진) 소장이다. 이날 취임식에서 그는 "여러분의 가족이 돼 함께 싸울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루옹 사령관은 보트피플(베트남 난민) 출신으로 처음 미군 장성에 오른 이력 때문에, 최근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는 미국 LA에 정착해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남가주대(USC)에 진학한 뒤 ROTC로 임관했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코소보 등에서 보병 부대를 이끌었고, 허리케인 카트리나 구호 작전 등에도 투입되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조국 패망의 아픔을 가진 동포들에겐 희망의 상징이었다. 2014년 8월 텍사스주 포트 후드 군 기지에서 열린 준장 진급식에는 베트남 이민자 수백 명이 참석했다. 이후 한국으로 와 주한 미8군 작전 부사령관으로 근무했고, 지난 6월 소장으로 진급했다.

루옹 사령관은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사이공을 탈출해 항공모함 갑판에 내려 가족의 안전을 확인한 순간부터 나를 구해준 조국에 보답하기 위해 군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한 미군 부사령관이던 지난 6월 평택 미군 사령부에서 열린 이민자 출신 군·군무원 미 국적 부여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난 타고난 미국인은 아니다. 우리는 이민자 출신이지만 이 위대한 나라를 지키는 데 뒷자리에 앉으려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