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피해(Caspian Sea)'는 바다인가, 호수인가. 이름에 바다가 붙어 있고 물도 바닷물처럼 짜다. 남한 국토의 4배에 달하는 면적(37만1000㎢)을 갖고 있고, 7000㎞ 길이의 해안선은 러시아·이란·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아제르바이잔 5개국에 걸쳐 있다. 바다라 하기에 손색없다. 그러나 카스피해는 대양(大洋)과 연결되어 있지 않고 육지로 막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카스피해를 '세계 최대 호수'로 알고 있다.
카스피해(海)인지, 카스피호(湖)인지 법적 지위를 확정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다음 달 12일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열린다. 카스피해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5개국이 국익을 위해 수 싸움이 치열하다. 카스피해에는 석유·천연가스와 수산물 등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이란은 '호수'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호수로 인정되면 연안국 합의로 경계선을 획정한다. 전체 호수 면적을 5개국이 나눠 갖는다. 상대적으로 국력이 강한 두 나라의 입김이 경계선을 정하는 데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아제르바이잔은 "명칭 그대로 바다"라고 주장한다. 카스피해가 바다 지위를 얻으면 각 나라들은 호수변 육지로부터 12해리까지를 자국 영해로 인정받는다. 영해 바깥은 외국 배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일종의 공해(公海)가 된다. 이는 러시아와 이란이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다. 이론적으로 러시아와 이란의 '적국'인 미국의 군함이나 상선이 카스피해를 자유롭게 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법상 바다를 구체적으로 정의한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첨예한 입장 차에 카스피해, 카스피호 여부를 판가름 내기 힘들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