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글 해부학 교과서 ‘해부학’(1906). 태아 혈액순환을 설명한 그림이 보인다.

올리버 에비슨(Avison·1860~1956)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에서 활동한 의사였다. 그는 조선인 의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한글로 된 해부학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의 조수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조선인 청년이었는데, 에비슨은 그와 함께 헨리 그레이의 '인체 해부학'을 한글로 번역했다.

그러나 이 작업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에비슨이 1899년 안식년을 맞아 캐나다에 다녀와 보니 뜻밖에도 청년은 돌연 세상을 떠난 뒤였고 원고의 행방도 알 수 없었다. 의학생 김필순(1880~1922)을 만나 다시 번역 작업에 들어갔으나, 이번엔 화재로 원고가 불탔다. 에비슨은 포기하지 않고 번역 저본을 이마다 쓰카누(今田束)의 '실용해부학'으로 바꿔 '2전3기'의 번역에 착수했다. 마침내 김필순 번역, 에비슨 교열의 첫 한글 해부학 교과서인 '해부학'이 1906년 완성됐다. 3권 중 1권은 뼈·관절·근육, 2권은 내장기관, 3권은 혈관과 신경을 다뤘다. 세포, 연골, 인대, 근육, 복근, 혈관, 신경, 망막 같은 용어들이 이 책에서 등장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10월 14일까지 여는 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개화기 한글 해부학 이야기'는 처음 공개되는 '해부학'의 초간본을 중심으로 '몸'에 대한 우리말과 문화의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다. 조선시대 살인 사건의 검시 보고서인 '검안'부터 우리 몸 지식의 뜻풀이가 서구화된 '수정증보조선어사전', 개화기 한글 의학 교과서인 '약물학 상권' '병리통론' 등 18개 기관 소장 유물 213점이 모였다. (02)2124-6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