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걸리는 대장암은 서양인의 대장암과 정말 다릅니다. 치료도 우리 체질에 맞게 해야죠."

김남규(62·사진) 신촌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세계 최초로 동양인 특성에 맞는 대장암 치료법을 집대성한 의학 교과서 '대장암의 외과적 치료'를 발간했다. 그는 23년 동안 1만1000건 넘는 대장암 수술을 집도한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그를 중심으로 한국·중국·일본·대만·홍콩 전문가 60여 명이 2년여 작업 끝에 '동양인 대장암 치료의 정석'을 내놓은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의 의사들이 대장암을 예방·진단·치료한 경험을 녹여내 서양 교과서와 차별화된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발간계기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초대 회장을 맡은 '제1회 아시아태평양 대장암학회'에 아시아 10여 개국 전문가들이 참석해 "서양과 동양 대장암이 너무 다른데, 기존 연구는 서양인 기준으로 현실과 차이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김 교수는 "아시아 의사들이 자국민 치료를 개선하려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대개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날씬해서 상처를 최소화하는 '최소 침습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대장암 수술에서 정교함이 중요한 복강경·로봇 수술 비율이 70%를 넘지요." 덕분에 항문 괄약근을 보존하고 성·배뇨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역량이 서양보다 발전됐지만, 서양권 교과서엔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고 했다.

동양에선 항문 근처 직장암 비율이 높지만, 서양에선 나머지 부분에 발생하는 결장암이 많다. "후배들이 한국인에게 잘 맞는 치료법을 공부하길 바랍니다. 동양권 국가들에도 도움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