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제럴드 포드 행정부 시절의 스코크로프트 NSC 보좌관.

오는 9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취임하는 존 볼턴 내정자가 극단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조언할 것이란 우려가 빗발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 의장이 적극 진화에 나섰다. 깅그리치는 2일(현지 시각) 의회 전문지 더힐 기고에서 "주류 언론들은 볼턴이 직권을 남용하고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게 하는 사고뭉치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는 우스꽝스러울 만큼 틀렸다"며 "볼턴이 존경하는 인물은 스코크로프트 장군"이라고 말했다.

볼턴이 존경한다는 스코크로프트는 NSC 보좌관을 두 차례 역임한 안보 전문가다. 1975~1977년엔 헨리 키신저의 뒤를 이어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NSC 보좌관을 지냈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89~1993년에도 보좌관을 다시 맡았다. 외교가에선 헨리 키신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NSC 보좌관과 함께 그를 미국 외교의 '빅3'로 꼽는다.

스코크로프트는 신중하게 국익을 판단하는 현실주의자로 꼽힌다. 육사 출신에 중장까지 지냈지만 독불장군형보다는 실무 참모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그의 특징은 부시 대통령 보좌관 시절에 돋보였다. 그는 중국 정부의 톈안먼 시위 무력 진압으로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던 1989년 중국을 극비 방문해 덩샤오핑 등 중국 최고 지도부를 만나 "미·중 관계가 훼손되어선 안 된다는 게 미 정부의 입장이며, 대중 제재도 최소한의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대외적으로 중국의 인권 탄압을 강력하게 규탄하면서도 확전을 막기 위한 물밑 작업을 벌인 것이다. 이듬해 발발한 걸프전에서 미국 주도 다국적군이 쿠웨이트를 점령했던 이라크군을 격퇴하는 선에서 전쟁이 일단락된 이면에 "필요 이상으로 전선을 확대해선 안 된다"는 스코크로프트의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코크로프트는 군사적·도덕적 우위를 앞세워 공세적 대외 정책을 추구한 조지 W 부시(아들) 행정부의 안보 라인에 비판적이었고,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공화당원이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시절 외교·안보 정책을 조언했고,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가 아닌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등 민주당 인사들과도 교류했다. 국립외교원 최우선 교수는 "미 외교가에서 스코크로프트는 대표적인 현실주의자이면서 냉철하고 정확한 정세 분석 능력을 지닌 대통령 참모로 회자된다"며 "볼턴의 백악관 입성으로 미국의 대외 정책이 초강경 일변도로 급격히 선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정권 안팎에서 이를 불식시키려는 시도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