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착각|스티븐 슬로먼·필립 페른백 지음|문희경 옮김|세종서적|374쪽|1만8000원

1954년 3월 1일 태평양의 비키니 환초에서 '캐슬 브라보'란 암호명이 붙은 핵폭발 실험이 이뤄졌다. 그리고 그 엄청난 폭발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방사능 오염을 초래했다. 당초 이 열핵융합 폭탄을 만든 과학자들은 폭발력을 히로시마 원폭의 300배 정도로 예상했는데, 실제는 1000배에 가까운 15메가톤이었다. 주요 성분을 잘못 이해했던 탓인데, 바람의 방향을 예상하지 못해 피해가 더욱 커졌다.

미국의 인지과학자인 저자들은 이 사건에 인간의 본질적인 역설이 담겼다고 말한다. "인간은 천재적이면서 서툴고, 명석하면서 어리석다"고 말이다. 사람들은 보통 스위치를 누르면 전등에 불이 켜지는 작동 원리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서도 '다 안다'고 착각한다. 그래도 살아가는 데 문제없는 지식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지과학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고찰하는 이 책은 "마음은 몸의 도움을 받고, 사회에 깃든 지식에 의지하며, 주변 사람들이 가진 정보에 기대 행동으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마치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게 진정 아는 것'이라는 '논어' 문장에 대한 긴 주석처럼 느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