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특별기획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가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3%를 돌파하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4일 밤 방영된 2회분 시청률이 3.29%(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지상파·종편을 통틀어 사극(史劇)을 찾아볼 수 없는 시대에 모처럼 '잘 만든'(웰 메이드) 사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첫 방송 된 '대군'은 북방 전쟁터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은성대군 이휘(윤시윤)가 3년 만에 돌아오면서 진양대군 이강(주상욱)과 팽팽한 긴장감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병약한 형이 죽자 왕좌를 노리던 이강은 동생의 등장에 아연실색하며 동생의 연인인 자현낭자(진세연)를 억지로 시집보내려 한다. 특히 첫 회는 두 왕자의 어린 시절을 포함해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사연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시청자들 호기심을 자극했다.
'대군'은 조선시대가 배경일 뿐 실제로는 존재한 적 없던 가상의 왕과 인물들을 내세워 이야기를 엮어간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이 촘촘히 박혀 있다. 예컨대 이강은 병약한 형이 무사히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어린 시절 궁 밖으로 쫓겨난 왕자로 그려지는데, 이는 실제 조선 왕실에서 장자(長子)가 왕이 된 경우가 드물었다는 사실에 근거한 상상력이다. 여기에 성인이 된 두 왕자의 캐릭터는 조카의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과 시와 그림에 능했던 안평대군을 떠올리게 한다.
초반 시청률은 이휘로 열연 중인 윤시윤이 끌어올렸다. 사지에서 살아 돌아온 사내의 강렬한 남성미와 더불어 시서화에 능한 예술가로서의 해맑고 정감 어린 연기를 둘 다 소화해 2030세대 여심을 사로잡았다.
두 대군이 사랑하는 여주인공 자현의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대제학의 딸이지만 가마 안에서 침까지 흘리며 단잠에 빠진 말괄량이. 양반집 규수들 신부 수업에서 뛰쳐나와 저잣거리를 쏘다니다 사랑을 만난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희귀 안료를 찾다가 물감을 쏟는 바람에 100냥이란 거금을 물어줄 뻔했을 때 이휘가 나타나 구해주는 것. 시청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달달한 사극이 될 것 같다' '(사극인데도) 답답하지 않고 세련됐다' '주상욱이 보여주는 우울한 카리스마에 빠졌다' '격구장 탈의실에서 윤시윤이 상의를 벗은 채 자현과 조우하는 장면에 놀랐다'는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모처럼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낸 양미경(대비)과 김미경(죽산 안씨) 등 조연들이 만들어내는 깨알 재미도 풍성하다. 자현의 어머니인 죽산 안씨는 대제학 남편이 궁궐에 간 사이 양반집 부인들을 불러 모아 노름판을 벌이다 들키고서는 되레 "내가 이것 말고 할 게 뭐 있냐"고 대드는 인물이다. 그 시대에는 드물게 연애결혼을 한 이력의 소유자로, 가문보다 딸의 행복을 앞세우는 어머니라 앞으로의 터프하고도 익살스러운 활약상이 기대된다. 고프로 카메라와 드론캠까지 동원해 되살린 격구 장면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1인칭 게임을 하듯 극 중 인물의 시선에서 달리는 말과 상대 선수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중간 중간 삽입돼 박진감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