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국 민주주의론

우치다 다쓰루·시라이 사토시 지음

정선태 옮김 | 모요사 344쪽 | 1만6500원

"일본 측의 최대 문제는 일본이 미국의 속국(屬國)이라는 현상을 긍정하면서도 그 원인이 패전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 이후 일본이 미국에 종속돼 있으면서도 스스로 독립국가라고 믿고 있다는 이 책의 극단적인 주장은, 적어도 일본에선 적잖은 사람들이 솔깃해할 얘기다. 리버럴 논객 우치다 다쓰루와 소장 정치사상가 시라이 사토시는 이 대담집에서 '일본을 속국화한 미국이 천황보다 우위에 서게 됐다'고 말한다.

저자들이 '일본은 이제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군사적 힘을 갖춰야 한다'는 우익적 입장에 서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본의 대미 종속이 강화됨으로써 전쟁과 파시즘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우경화를 비판하고 있다. 마치 한국 사회를 짚어본 듯한 날카로운 부분도 적잖다. 이 책의 시각대로라면 지구상에서 미국의 '속국' 아닌 나라가 몇 개국 되지 않을 거라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