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CIA) 본부 건물을 나올 때 그의 뒤에서 정복 차림의 군인이 검은색 ‘핵가방’을 들고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당시 '핵 가방(nuclear football)'을 든 미국 측 수행원,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중국 경호원 간에 과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5명의 소식통을 인용했다.

핵 가방은 핵무기 발사 명령용 위성 통신 장비와 관련 안내 책자 등이 들어 있는 20㎏짜리 가방이다. 핵 가방을 든 군사 보좌관은 24시간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한다. 해외 순방 때도 대통령과 동행한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작년 11월 9일 핵 가방을 든 미군 수행원이 트럼프 대통령 환영 행사가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들어가려다 중국 경호원에게 제지당했다. 이에 미국 수행원이 근처에 있던 존 켈리 비서실장에게 달려가 상황을 보고했다. 켈리 실장은 현장으로 뛰어와 핵 가방을 든 군사 보좌관 등 일행에게 '그대로 가라'고 지시했고, 중국 경호원에게 "우린 들어가겠다"고 말하며 입장하려 했다. 그러자 중국 경호원이 켈리 실장의 몸을 붙들며 막아섰고, 켈리 실장은 중국 경호원의 손을 뿌리쳤다. 이때 옆에 있던 미국 경호원이 중국 경호원을 붙잡아 땅바닥에 때려눕혔다. 악시오스는 현장 관계자를 인용해 "이 모든 순간이 전광석화 같았다"고 전했다.

이후 양측이 수습에 나서면서 충돌은 격화되지 않았다. 미국 수행원들은 소동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고 중국 측도 "현장 상황을 오해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사과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날 충돌은 미국의 대통령 경호·수행 절차를 중국 측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중국 측이 일부러 시비를 걸려고 했다는 분석도 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수행팀은 중국 측에 (핵 가방 수행원 동반 등) 통상적인 보안 절차에 대해 사전에 알렸다고 한다"며 "중국 측 관계자가 이런 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거나 아니면 어떻게든 미국인들을 방해하려고 마음먹었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