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뇌병변 1급 장애인 손모(65)씨는 작년 8월 강원도 양양군에서 강릉시로 가기 위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했다가 위험천만한 경험을 했다. 택시 기사가 "관할 지역(양양)을 벗어날 수 없다"며 손씨를 양양과 강릉 경계 인근 지점에 강제로 내리게 한 것이다. 주변 지역에는 식당 한 곳만 있을 뿐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손씨는 "다른 택시를 부를 수 있는 곳까지만 데려가 달라"고 거듭 애원했지만 택시 기사는 요지부동이었다. 손씨는 어쩔 수 없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강릉시 방면으로 국도 갓길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이동하다 휠체어가 전복돼 이마가 까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2. 경기 화성에 사는 1급 장애인 이모(40)씨는 교통 불편 상황을 자주 겪는다. 화성 콜택시는 서울까지 운행하지만 서울 콜택시는 화성까지 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업무를 보고 돌아올 때면 콜택시를 타고오다 인근 지하철역에 내려 병점역까지 간 다음 다시 콜택시를 불러야 한다. 이씨는 "하다 못해 바로 인접한 경기 광주에서 경기 성남으로 이동할 때도 택시기사가 칼같이 경계선에서 내리게 한다"면서 "외출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관할지역 밖으로는 안 가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1·2급 장애인들은 전국적으로 약 53만명 있다. 이들에겐 이 같은 위험과 불편이 일상사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1·2급 중증장애인 교통편의를 돕기 위해 교통비를 저렴하게 책정한 장애인 전용 콜택시를 운영한다. 서울에서만 하루 평균 약 4000건씩 호출될 정도로 이용이 잦다. 문제는 지자체별로 콜택시를 제각각 운영하면서 지자체 간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착지까지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아도 '지자체 밖'이라는 이유로 택시기사가 중간에 하차를 요구하는 것이다.
현행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의 운영 등 필요한 사항을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러다보니 예산 사정이 다른 지자체들은 요금 체계나 운영 방식이 제각각이다. 예컨대 서울에선 기본요금 1500원을 내면 5㎞까지 가는데, 부산은 같은 거리에 1800원 기본요금을 내야 한다. 광주광역시에선 기본요금이 660원인 대신 기본거리가 2㎞로 짧다. 기준이 들쑥날쑥하다보니 대부분 지자체들은 관할지역 내에서만 운행하도록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관할구역 밖으로 운행하게 하면 관내 다른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교통 사각지대 개선해야
장애인 단체들은 대대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은 "지자체별로 시스템이 제각각인 상황을 해결하려면 중앙정부가 나서 장애인 콜택시를 통합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원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팀장은 "지역을 벗어날 때마다 매번 콜택시를 다시 부르면 대기 시간도 길고, 불편이 크다. 장거리 시외용과 시내용 콜택시를 구분 운영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는 관할 지역 밖 운행을 전담하는 차량을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배치 차량이 부족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6년부터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나섰지만 아직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 장애인 콜택시 위탁 운영을 맡은 민간 업체들이 통합 운행을 반대하는 등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