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사우나야?" 지난 11월 23일 방송된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선 핀란드 청년들이 한국 찜질방을 가보고 깜짝 놀라는 내용이 방송됐다. 추운 기후 탓에 사우나의 본고장으로 통하는 핀란드인들이 난생처음 한국 사우나의 규모와 시설을 보고 기가 팍 죽은 것. 북유럽 청년들이 닭발에 순대, 마약 김밥까지 먹어치우는 내용이 나와 '먹방 특집'으로 불렸던 핀란드편은 이 프로그램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외국인 예능에서 '보통 외국 사람'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창한 한국어에 방송인 뺨치는 '예능감'까지 갖춘 외국인 대신 한국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보통 사람들이 시청자들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보통 사람들의 한국 문화 체험기를 보여주는 방송 포맷을 작년 7월 처음 도입했다. 한국에 있는 친구를 찾아온 외국인들이 겪는 좌충우돌 여행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금까지 이탈리아, 멕시코, 러시아 등 일곱 나라 출연진이 거쳐갔고 현재 영국 편이 방송 중이다.
평범한 외국인들이다 보니 골목길이나 막걸리집 등 한국의 일상(日常)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주요 촬영지. tvN '서울메이트'에선 20일 강원도 속초 한 식당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문어를 전골 냄비에 넣어 익힌 뒤 네덜란드인 가족들이 시식하는 모습이 나왔다. 서양 사람들이 문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소개됐다. 출연자들이 한국 문화와 자국 문화를 비교하며 들려주는 스토리는 연예인 신변잡기형 예능에 비해 교육적이기까지 하다.
23일부터 방송하는 tvN '친절한 기사단'도 한국인 MC 4명이 가이드 겸 운전기사가 돼 인천공항에서 픽업한 외국인들을 태우고 돌아다니는 로드무비형 관찰 예능. tvN 관계자는 "사전 섭외 전혀 없이 일단 손님 먼저 태우고 방송 출연 허가를 받으면 본격 촬영이 시작된다"며 "가식 없는 출연자들의 순수한 모습이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TV조선의 토요일 밤 새 주말 예능 '내 반쪽을 찾아서―반반한 로맨스'에 나오는 20대 한국계 혼혈 남성 4명도 모두 평범한 직장인과 학생들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세바스티안(대학원생), 벨기에 출신 케빈(피아니스트), 독일이 고향인 미카엘(증권사 직원)과 대니(피트니스 강사)는 서울 통인시장에서 경주까지 한국 전통에 푹 빠져 지내는 기회를 갖는다. 시경화 PD는 "한국인 여성 출연자들과 로맨스가 형성되면 앞으로 재미가 더해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에는 유독 꽃미남 외국인 출연자가 많아 여성 시청자 층이 두껍다. 단 2회 방송한 '반반한 로맨스'는 벌써부터 "남자들 얼굴이 조각 같다" "다니엘 헤니가 한꺼번에 4명" 같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 편이 인기가 높았던 것도 건장한 북유럽의 20대 남성 3명이 등장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MBC 에브리원 관계자는 "외모가 아니라 다양한 국적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과 스토리가 재미를 만들어내는 요소"라고 했다.
외국인 예능 프로의 변화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한국인 특유의 '인정 욕구'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과거 '미수다'(미녀들의 수다) 시절만 해도 '외국인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깔려 있었다면, 최근 등장한 포맷은 관찰 카메라가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며 "타인들 시선에 우리를 맞추던 시절은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