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둘러싼 논란이 19일에도 이어졌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바른정당이 이날 임 실장의 국회 출석과 해명을 요구했지만, 청와대와 여당이 거부하면서 야당 요구로 소집된 국회 운영위원회가 파행했다.
민주당은 이날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만 운영위 회의장을 찾아 30여분에 걸쳐 회의 소집에 대해 항의했다. 박 수석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회의를 소집하고 합의된 안건도 없이 회의를 하느냐"고 했다. 국회 상임위는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상임위원장(현재 한국당)이 소집할 수 있다. 다만 안건·증인에 대해서는 여야가 협의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날 여야 간 사전 협의가 없었고, 임 실장에 대한 운영위 출석 요구서가 발송되지 않았다며 "임 실장이 출석을 거부했다는 야당의 주장은 정치 공세"라고 했다. 박 수석은 이런 절차를 문제 삼았고 발언권을 얻지 않은 채 계속 항의하며 회의 시작을 막았다. 이럴 경우 속기록에도 발언 내용이 남지 않는다. 이 과정에 박 수석과 자유한국당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갔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시켰느냐" "임종석 실장 보좌관이냐"고 했다. 이에 박 수석은 "이럴 시간에 법안 심사를 하라" "박근혜 전 대통령일 때는 그렇게 충성했을지 몰라도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맞받았다.
박 수석이 퇴장한 뒤 시작된 회의에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을 포기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인식에 UAE 왕세제(王世弟)가 아주 위험한 판단까지 하는 상황이란 제보도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이명박 정부의 원전 수주와 관련해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퍼트리는 문재인 정부를 그 나라 왕세제가 '국교 단절'까지 거론하면서 격렬히 비난하자 이를 수습하고 무마하기 위해서 임 실장이 달려갔다"고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세간에 '문재인 정권이 정치 보복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뒤꽁무니를 캐다가 심지어 UAE 왕실 자금까지 들여다보다 발각됐고, UAE 왕실이 격노해 국교를 단절하겠다고 항의하니까 이를 무마하기 위해 임 실장이 국정원 1차장을 대동하고 UAE 왕세제에게 고개 숙이고 사과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다음 운영위는 임 실장은 물론 동행한 국정원 1차장, 국방부 차관까지 출석시킨 가운데 제대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당 회의에서 국회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도 애매한 해명을 이어갔다. 청와대는 당초 임 실장의 UAE 방문 목적에 대해 "현지에 파병된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고 지도자를 예방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은 '박근혜 정부 때 UAE와의 관계가 나빠져 이를 다시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UAE는 중동 국가 가운데서 전략적 랜드마크"라면서 "박근혜 정부 중·후반부에 (양국) 파트너십이 약화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UAE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임 실장이 UAE 왕세제를 접견한 것은 양국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파병 장병 격려 길에 왕세제를 예방한 것이 아니라 양국 간 현안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말이다.
정치권에서는 원전 이외에 UAE가 한국과 진행하던 군사 협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날 운영위 마무리 발언에서 "국익과 국제사회에서의 국가적 신뢰 때문에 더 이상 밝히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양국 군사 협력을 두고 한 말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대(對) UAE 방산 수출액은 원전 수출과 외교 관계 격상(전략적 동반자)을 거치며 2006~2010년 393억원에서 2011~2015년 1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임 실장이 UAE를 방문하기 한 달 전 역시 UAE를 찾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역시 단순히 아크 부대 격려 차원에서 간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방부 안팎에서는 송 장관이 '설거지하러 UAE를 간다'는 말까지 나왔었다"고 했다. 이런 방산 관련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