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바람 부는 사우디 왕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32) 왕세자가 지난 4일 숙청한 인사 중 최소 17명이 왕족과 정부 최고위급으로 확인됐다고 CNN이 자체 입수 명단을 인용해 6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왕족 중에서는 전날 체포 사실이 확인된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탈랄 킹덤홀딩스 회장 등 3명 외에 기상환경청장을 지낸 투르키 빈 나세르 왕자, 국방차관을 지낸 파하드 빈 압둘라 빈 무함마드 알 사우드 왕자도 체포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을 포함해 최소 11명의 왕자가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非)왕실 가문 중에는 대표적 권력자 집안으로 꼽혔던 투와이즈리가(家) 출신 칼리드 알 투와이즈리 전 왕실법원장이 체포됐다고 CNN은 전했다. 아버지에 이어 2대째 법원장을 맡아온 그는 2015년 빈살만 왕세자에게 보직을 내주고 물러난 데 이어 2년 만에 숙청 대상이 됐다.

숙청이 단행된 다음 날인 5일 밤(현지 시각)에는 사우디 남부 아시르주 부지사인 만수르 빈무크린〈사진〉 왕자가 예멘 국경과 가까운 해안 지역을 헬기로 시찰하던 중 추락 사고로 동승자 7명과 함께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사우디 국영 TV 등이 보도했다.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숨진 빈무크린 왕자의 아버지는 당초 왕위 계승 1순위였지만 2015년 왕실 내 권력 다툼에서 밀려 빈살만에게 자리를 내줬던 무크린 빈압둘아지즈 전 왕세자다. 빈살만과는 껄끄러운 사이다. 영국 BBC와 미국 CNBC 등 서방 언론들은 "이 사고가 빈살만 왕세자 주도의 대규모 체포·구금이 이뤄진 다음 날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사우디 정부는 5일 이번 체포·구금을 '부패 척결을 위한 싸움'이라고 규정하고 "투자자들에게는 확신을 심어주고, 국가 재정은 투명해지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