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산 아래에는 고려시대부터 영국사(寧國寺)란 이름의 오래된 절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조선 초 이 절을 중창(重創·낡은 건물을 다시 고쳐 지음)할 때 효령대군이 시주를 했고, 문인 서거정은 '도봉산 영국사에서'란 시를 지었다. 1573년 세워졌다가 대원군 집권기인 1871년 헐린 도봉서원이 옛 영국사 터에 세워졌다고 전해지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금석문 탁본을 모아 1668년 편집한 '대동금석서(大東金石書)'란 책에 '영국사 혜거국사비(慧炬國師碑)' 탁본이 실려 있다. 그런데 비문 전체가 아니라 88자만 남아 있고, 여기 나오는 영국사가 서울 도봉산 영국사인지 충북 영동 지륵산(천태산) 영국사인지 불분명했다.

고려시대 불교사의 두 가지 수수께끼가 한꺼번에 풀렸다. 비석 실물〈사진〉이 도봉서원 터에서 발견된 것이다. 문화재청은 27일 "도봉구청과 불교문화재연구소가 발굴 작업 중인 서울 도봉동 도봉서원 터에서 '영국사 혜거국사비'의 비편(비석 조각)을 찾았다"고 밝혔다. 길이 62㎝, 폭 52㎝의 비편에는 모두 281자(字)가 새겨졌으며, 판독 가능한 글자는 256자다. 이 중 '견주도봉산영국사(見州道峯山寧國寺)'라는 글자가 있어 혜거국사비의 '영국사'가 견주(경기도 양주의 옛 이름) 도봉서원 터에 있었음이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