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마크롱 개혁조급증… 지지율 30%도 깨질 판]

"게으름뱅이, 냉소주의자, 극단주의자들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그리스를 방문 중이던 지난 8일(현지 시각) 자신의 노동 개혁안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이 자신들을 정면 공격한 것으로 본 좌파 정당들과 노조 측은 크게 반발했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엘리제궁 대변인은 10일(현지 시각) CNEWS방송에 출연해 "(노조 등 일반 국민이 아니라) 개혁할 용기가 없는 정치인을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노동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노조를 압박하는 전술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후 고압적 태도 등이 문제가 되면서 최근 지지율이 3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노동 개혁에 대한 지지율은 강세이다. 노동 개혁안 발표 직후 실시된 오독사·덴츠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2%가 "노동 개혁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를 지지하지 않아도 노동 개혁은 지지한다는 유권자층이 20%에 달한다는 뜻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노조 권한을 축소하고 고용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내용의 노동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9.5%에 이르는 실업률을 5년 안에 7%로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다.

그의 노동 개혁에 반발하는 극좌 성향의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와 프랑스 3대 노동단체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노동총동맹(CGT) 등은 12일 연대 파업을 벌인다. 정유·철도·방송·의료 등 산별 노조별로 최대 2000건의 동시 파업과 180건의 가두시위가 예정돼 있다. 프랑스 앵수미즈는 오는 23일에도 파업과 집회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앵수미즈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얼간이, 게으름뱅이, 냉소주의자들은 12일과 23일 거리로 나오라"며 독려했다. 하지만, 프랑스 노조는 이번 파업을 앞두고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1·3위 노동단체는 일찌감치 파업 불참 의사를 밝혔다. 2위 단체인 CGT도 "특정 정파에 기울어지지 않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라며 23일 앵수미즈 파업·집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노동자 권익 보호를 기치로 내건 정치 집회에 프랑스의 1~3위 노동 단체가 모두 불참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마크롱의 이번 발언은 노동 개혁에 대해 불리하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를 확인하고, 노조가 예고한 파업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달 24일 루마니아를 방문했을 때도 "프랑스는 개혁이 힘든 나라이고 프랑스인들은 개혁을 싫어한다"면서 "단순한 개혁이 아닌 뿌리 깊은 변화를 이뤄야 할 때"라고 했다. 카스타네르 엘리제궁 대변인은 "프랑수아 올랑드, 니콜라 사르코지, 자크 시라크 등 전 대통령은 위험을 두려워해 멀리 가지 못한 것"이라며 마크롱발(發) 노동 개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노동계를 상대로 설득과 압박의 강온 전략을 구사하면서 이달부터 노동·연금 개혁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마크롱은 프랑스인들이 경제성장을 위해 고용 안정성이 낮아지고 근로 강도는 늘어나는 노동 개혁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번 개혁안은 미국인 기준으로 그다지 대단하지 않지만 프랑스인들에게 큰 변화"라며 "올랑드 정부 당시 경제산업부 장관 시절부터 노동계의 극렬한 반발 속에 노동법 개정을 시도해왔던 그의 계획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프랑스 르피가로는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 탈퇴와 극우주의 득세 등으로 위기에 처한 유럽연합(EU)을 재건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프랑스가 개혁에 성공해야 EU를 이끌 수 있는 명분과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