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살충제 계란' 검사를 부실하게 진행한 데다 살충제가 들어 있을지도 모를 계란 유통까지 허용하고 있어 식품 안전판이 되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먹거리 불안 심리를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8일 전수 조사 완료와 함께 "지금부터 출하되는 모든 계란은 안전성이 확인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하루 만인 19일 부실검사가 드러나 보완 검사가 시작됐다. 더욱이 농식품부는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며 보완 검사 중인 농장의 계란에 대해 유통 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가, 전북 김제 농장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자 뒤늦게 이 농장에 출하 금지를 내렸다.
◇'부실 검사' 왜 벌어졌나
살충제 계란을 걸러내기 위한 검사는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27개 살충제 성분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지난 15~18일 전국 산란계 농장 1239곳 전체에 실시된 조사를 통해 적합 판정을 받았던 일반 농장 420곳에서 적게는 2개 성분, 많게는 8개 성분에 대한 검사가 안 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농장들은 산란계 농장이 없는 서울·부산, 모든 성분 검사가 이뤄진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지역에 퍼져 있다.
농식품부는 부실 검사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지난 4월부터 검사 대상 살충제 성분을 19개에서 27개로 강화했는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위한 시약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부실검사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가 미리 지자체를 상대로 검사 대상 성분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해당 시약을 갖추고 있는지를 사전에 점검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농식품부는 뒤늦게 보완 검사에 착수하며 "지자체별로 부족한 시약은 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과 다른 지자체로부터 보급받을 것"이라고 했다. 예방 수단이 있었다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친환경 농장과 일반 농장의 검사 주체가 서로 달랐던 점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에 친환경 농장은 전문성이 높은 농관원이 검사했고, 일반 농장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지방자치단체가 검사했다. 그 결과, 친환경 농장에선 살충제 성분 전체(27종)에 대한 검사를 누락시킨 곳이 전혀 없었던 반면 일반 농장에선 검사 누락이 420곳 나왔다.
◇살충제 우려 계란 유통됐는데 안전할까
부실 검사가 이뤄진 농장 420곳에서 생산된 계란에 대해 유통을 허용한 상태에서 농식품부가 보완 검사를 하자,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농식품부는 "유럽에서 문제가 된 살충제 피프로닐과 국내 검사에서 검출 빈도가 가장 높았던 비펜트린은 모두 검사됐기 때문에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보완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그때 가서 계란 유통을 금지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20일 밤 전북 김제의 한 농장에 대한 보완 검사 결과, 계란에서 나오면 안 되는 독성물질인 플루페녹수론이 나와 해당 농장의 계란 출하를 금지시켰다.
서울에 사는 주부 정모(45)씨는 "출하 금지부터 해놓고 보완 검사를 해서 그 결과 문제가 없으면 다시 유통을 허용하는 게 순서 아니냐"며 "상식을 무시한 조치에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뒷북'만 치는 농식품부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 농식품부는 선제적인 문제 해결은커녕 '뒷북'만 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농장 420곳에서 부실 검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농식품부는 지난 18일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 확인한 것이다. 검사 요원이 농장에서 계란을 무작위로 추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농장주가 건네준 계란을 그대로 받아오는 문제점도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됐다. 이런 농장 121곳에 대해 재검사가 이뤄졌고, 이 가운데 2곳에서 살충제가 검출됐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살충제 계란 농장 명단에도 엉터리가 많았다. 농장 이름과 계란 껍데기 표시가 하루에도 여러 번 달라졌다. 조사 대상 농장이나 부적합 판정 농장 숫자가 틀린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발암 물질로 1973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된 'DDT'가 친환경 농장 2곳에서 검출됐는데도 농식품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DDT는 자연계에서 장기간 분해되지 않아 토양 등에 남아 있던 성분이 유입될 수 있고, 이런 경우를 감안해 설정된 잔류 허용 기준을 지켰기 때문에 따로 밝히지 않았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한편 '살충제 계란'이 빵 등 가공식품으로 사용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일식품의 모닝빵 등 32개 제품(203㎏)과 행복담기주식회사의 동의훈제란(2만1060개)이 살충제 계란을 원료로 쓴 사실이 확인돼 모두 압류·폐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