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매달 10만원씩 '아동(兒童)수당'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주요 대선 후보들이 아동수당 도입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선 주자들의 복지 공약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천문학적인 예산이 드는 공약이 쏟아지는 반면 후보별 공약 차별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동수당만 해도 후보에 따라 3조~7조원의 예산이 드는 데다 ▲기초연금 증액 ▲기초수급자 부양의무자 폐지 등 각각 수조원이 들 수 있는 공약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수당·기초연금만 연 10조원

후보들은 모두 '아동수당 첫 도입'을 공약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0~5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초·중·고생',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0~11세' 아동이 있는 가정에 모두 월 10만원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0~11세' 중에서도 소득 하위 80% 이하까지 10만원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초·중·고생' 중에서 소득 하위 50% 이하에 선별적으로 15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공약 내용에 따라 연간 최소 2조6000억원(문 후보)에서 6조9000억원(유 후보)의 예산이 필요하다.

대선 후보들의 아동수당 공약 정리 표

[양육수당과는 다른 아동수당이란?]

대선 주자들은 현재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어르신에게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내년부터 월 25만원 또는 30만원으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이럴 경우 올해 10조6000억원 수준인 기초연금 예산은 내년에 4조~8조원이 추가로 들고, 2021년엔 7조~10조원 정도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공약만 이행하는 데도 한 해 10조원 안팎의 예산이 더 드는 것이다. 2021년의 경우 문 후보(기초연금 추가 10조9300억+아동수당 2조9000억원) 공약대로라면 13조8300억원, 안 후보(기초연금 7조3400억+아동수당 실소요액 3조3000억원) 10조6400억원, 홍 후보(기초연금 10조9300억+아동수당 4조~5조원) 15조원 정도 등이다.

문제는 아직 아동수당 도입 자체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도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아동수당은 미래에 국가를 위해 일할 아동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미이며, 주요 선진국에선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라 도입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도 아동수당은 정치적 포퓰리즘의 영향으로 확대·축소를 반복하는 등 골머리를 앓은 제도"라며 "아동수당이 출산율 증가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아직 근거가 부족하고, 기존의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이 중복되는 건 아닌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동수당·기초연금만 아니라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기초수급자 부양의무자 폐지도 '폐지 속도'에 따라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복지 전문가는 "복지 공약은 특성상 한쪽에서 공약하면 다른 쪽도 비슷한 공약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본소득 도입 공약이 나오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이봉주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에선 안보·경제 이슈에 묻혀 복지 이슈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후보별 복지 공약도 비슷비슷한 추세"라며 "상당한 재정 지출이 예상되는 공약들에 대한 재원 충당 계획이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특색 공약도 이어져

여기에 문재인 후보는 '치매국가책임제'란 복지 공약을 내놓았다. 치매 환자 치료비에 본인 부담 상한선을 둬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경증 치매환자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아 재가·시설 서비스 등을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국민연금에 출산크레딧·군복무크레딧을 확대하고, 중소사업장의 국민연금 납입을 지원해주는 두루누리제도 적용 확대 등 국민연금 내실화 정책을 내놓았다. 홍준표 후보는 둘째 자녀를 낳으면 1000만원의 지원금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