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층의 관심이 경남지사인 홍준표 후보 쪽으로 일단 먼저 쏠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홍 후보는 16일 "우파들이 대안(代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대선에서 당선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면서 자유한국당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경쟁하는 입장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견제에 나섰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지방 언론사와 합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지사는 이날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홍준표 "유약한 좌파 아닌 스트롱맨 필요" ]

한국당 의원들은 "황 권한대행 불출마 이후 일단은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높은 홍 후보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친박 성향 후보 몇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지도자'급은 아니어서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여론조사에서도 홍 후보 지지율이 오른 것으로 나타나는 조짐이다. 여론조사 회사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이전까지 황 권한대행을 지지했던 응답자의 32.4%가 '홍준표 지지'로 바뀌었다. 이어 14.9%는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후보, 11.6%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8.0%는 바른정당 남경필 후보로 이동했다. 이 덕분에 홍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3.5%포인트 상승한 7.1%를 기록했다.

엠브레인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홍 후보는 5.9%로 범 보수 후보 중엔 1위였다. 이 조사의 전체 1위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31.4%), 2위는 안희정 후보(20.2%), 3위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11.4%)였다.

홍 후보도 이런 분위기 활용에 나섰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경상남도 서울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먼저 간다는 사람이 나라를 담당하면 이 나라 미래가 있겠나"라며 문재인 후보부터 겨냥했다. 그는 "그래서 내가 대통령 해보겠다고 나온 것"이라고 했다.

홍 후보는 "지금 우리나라는 트럼프, 푸틴, 시진핑과 뱃심 있게 협상하고 토론할 '스트롱 맨(strong man)'이 필요하다"며 "지금 나온 사람 중에 홍준표만큼 배짱 있는 사람이 어디 있나. 싸움도 내가 제일 잘한다"고 했다. 홍 후보는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을 찾은 친박계 핵심 의원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개인적인 도리로 하는 것인데 그걸 왜 징계하느냐. 오히려 아름다운 모습 아니냐"고 했다.

홍 후보는 "(유권자들이) 좌파한테 정권이 넘어가는 건 불안해하기 때문에 우파에서 대안이 나오면 투표장으로 더 많이 달려갈 것"이라며 "지금 구도를 제대로 만들어가면 대선에 당선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고 했다. 홍 후보는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는 제3지대 연대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만약 그렇게 하는 것이 좌파 정부 출현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면 저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보수 표심을 놓고 경쟁하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이날 홍 후보에 대해 "(홍 후보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데 왜 출마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했다. 홍 후보의 '성완종 1억 수수 의혹' 사건 최종 판결이 남아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홍 후보의 '약점'을 건드린 것이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사항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