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운동 원로인 서영훈(94) 전(前)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지난 4일 서울적십자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1923년 평남 덕천 출신인 고인은 광복 후 조선민족청년단에 가입해 김구 등 독립운동가 출신 지도자들과 가깝게 지냈고, 종합 교양지 '사상(思想)' 발행에 참여했다.

고인은 이어 1953년 대한적십자사에 들어가 청소년적십자를 설립했고 1972년부터 10년간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30년간 적십자인으로 살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엔 직접 앰뷸런스에 탑승해 광주 시민들을 구호하기도 했다고 적십자사는 밝혔다.

남북 교류에도 앞장섰다. 고인은 1972년 적십자사 사무총장으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을 시작으로 수차례 회담에서 남측 대표로 참가해 1985년 첫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토대를 마련했다. 1996년엔 대북 지원 민간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를 맡았다.

고인은 1983년 흥사단 이사장, 1988년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을 맡았고, 2000년 새로 창당한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맡는 등 잠시 정치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2001년엔 제22대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약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갔다. 이후에도 적십자사 명예총재와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이사장 겸 상임대표, 미래사회와종교성연구원 이사장, 세계선린회 이사장 등을 맡아 우리 사회의 원로 역할을 해왔다.

유족으로 부인 어귀선씨와 아들 서홍석 부산대 화학과 교수, 서유석 호원대 부총장, 서경석 한양대 인문대학장과 딸 서희경씨(미국 거주)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3호실, 발인은 7일 오전 7시. (02)3410-6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