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심판? 황교안 대선 변수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국회를 찾았다. 범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혔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전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터라 황 권한대행의 이날 국회 방문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다. 황 권한대행은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이후 나온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인사 가운데 대선 지지율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일관했다. 이런 가운데 황 권한대행은 2월 임시국회 대정부 질문 출석을 거부했고, 야당은 그의 대선 출마 여부를 문제 삼으며 반발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에 참석했다. 황 권한대행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10시 40분쯤 퇴장하다 기다리던 기자들과 마주쳤다. 기자들이 따라가며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황 권한대행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황 권한대행 영입 가능성을 거론해온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최근 단둘이 만났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업무는 사무실에서 본다"면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어 본관 계단을 내려가던 황 권한대행은 한 기자가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미소를 띤 채 "계단 조심하시라"고만 했다. 본관 출입문 앞에 이르러서는 반 전 총장 불출마에 대한 생각을 묻자 "문 조심하시라"며 대답을 피했다.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였지만 정치권에선 "문(門)이 아니라 문(文·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을 얘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경호가 강화되기 때문에 기자들 접근이 보통은 통제되지만 이날은 접근을 막지 않았다.

이날 정치권에선 범여권 '대안(代案) 주자'로 황 권한대행을 거론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JTBC가 전날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황 권한대행은 12.1%를 기록해 문 전 대표(26.1%)에 이어 2위를 하며 보수 진영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YTN의 2일 조사에선 11.8%로 문 전 대표(33.1%), 안희정 충남지사(12.3%)에 이어 3위를 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황 권한대행이 TK 지역 등 보수 진영 지지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에선 이날 황 권한대행을 후보로 거론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황 권한대행이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가 되면 좋겠다"며 "(출마 여부는) 본인이 결단할 문제"라고 했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선 "황 권한대행이 문 전 대표를 (지지율에서)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고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대변인 브리핑에서 "황 권한대행은 반 전 총장 불출마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어부지리'"라며 "(대선 출마라는) 허튼 꿈 꾸지 말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국가의 현재 상황을 생각할 때 (대선에 출마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이날 2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오는 10일 비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 황 권한대행을 부르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은 이날 입장 자료에서 "대정부 질문 답변을 위한 국회 출석으로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것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 발생 시 즉시 대처하기 어려워지는 등 안보 공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20~21일 대정부 질문에 출석했던 것에 대해선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고, 국회 교섭단체 간 협의를 통해 '12월에 한해 출석'하는 것으로 논의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야당은 "오만한 태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