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 외환위기를 극복한 주역이었던 강봉균(74)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3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1969년 서울대 상대 재학 시절 행정고시(6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강 전 장관은 경제기획원에서 기획통으로 주목받았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을 맡아 '정보화 전도사'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때는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경부 장관을 연달아 맡아 외환위기를 조기에 탈출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평을 받았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2000년 1월 장관 이임식을 마치고 정부과천청사를 떠나면서 배웅나온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강 전 장관은 200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되면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6, 17, 18대 의원을 지냈다. 야권에서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경제 전문가로 통했다. 평소 아이디어가 많아 별명이 '꾀주머니'였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경제 공약을 도맡았고, 2006년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돼 '한국형 양적 완화'를 제안해 주목받았다. 수년 전에 췌장 관련 암으로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급속히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3일. 유족은 부인 서혜원(71) 여사와 아들 문선(43), 딸 보영(42)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