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어떤 기관?]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회사 '더블루K'가 장애인 펜싱팀의 에이전트를 맡을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가 산하 기관에 공문을 내려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최씨 측근으로 알려진 더블루K 이사 고영태씨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인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문체부가 지난해 9월 8일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보낸 공문을 입수해 20일 공개했다. '장애인실업팀 창단 협조 요청'이란 제목으로 문체부 장애인체육과가 보낸 이 공문은 '향후 정부에서는 장애인 체육 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프로팀뿐만 아니라 아마추어팀 창단 시에도 전문 스포츠 대리인(agent·에이전트) 제도를 활성화해 나갈 방침이오니, 적극 활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다.

더블루K는 공문이 내려간 뒤 4개월 만인 지난 1월 설립됐다. 다시 4개월이 지난 5월 13일 GKL은 문체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했고, 같은 날 이 팀을 위한 에이전트로 더블루K와 계약을 맺었다. 문체부가 에이전트 제도를 독려한 지 8개월 만에 산하 기관 GKL이 최순실씨 회사를 지원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장애인 실업팀 창단을 위해 GKL 이사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9월과 올해 5월 두 차례에 걸쳐 에이전트를 활용해 달라는 협조 요청을 공문에 적어 보낸 것일 뿐"이라며 "더블루K를 염두에 두고 협조 요청을 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당초 에이전트가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와 전지훈련 등을 맡기로 했는데, GKL 측에서 '감독이 맡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8월 2일 자로 더블루K와는 계약을 해지한 상태"라며 "GKL과 계약한 에이전트가 더블루K라는 걸 우리도 나중에 알게 됐는데, GKL 측이 더블루K 이사인 고영태씨와 연결이 닿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했다.

펜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최순실씨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가방을 만든 패션 회사 빌로밀로 대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