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선거법 위반으로 선관위가 고발한 새누리당 친박계 김진태(강원 춘천) 의원을 '혐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반면, 선관위 고발도 없었던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서울 구로을) 의원은 기소를 했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기준이 뭐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선거법 250조 '허위 사실 공표죄' 위반으로 혐의가 같다. 더구나 구체적 위반 사실을 보면 오히려 경중(輕重)이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김진태 의원은 4·13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12일 지역 유권자 등 9만여 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가 문제가 됐다. 또 문자메시지 발송 하루 전날 춘천시민연대를 비롯한 10개 지역 시민단체가 "김 의원의 공약 이행률이 4%대"라는 기자회견을 갖는 등 김 의원 공약 이행을 두고 이미 정가에서 논란이 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선관위가 조사한 뒤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며 검찰에 고발했는데,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키워드 정보] 선거법 위반 당선무효란?]

박영선 의원은 지난 4월 5일 서울 구로구청 앞 유세가 문제였다. 선거를 앞둔 시기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당시 박 의원은 유세차에서 유권자 50여 명을 앞에 두고 "국회의원 재직 당시 구로 지역 모든 학교의 반 학생 수를 25명으로 줄였다"고 발언해 문제가 됐다. '허위 사실 공표'의 대상이란 면에선 오히려 김 의원의 범위가 더 넓다. 또 박 의원은 '말'이었고 김 의원은 '문자'였다. 고발자도 김 의원은 선거 업무 전문인 선관위가 했고, 박 의원은 상대 후보 측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경우, '공약 이행률(71.4%)' 부분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수치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였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본지 통화에서 "우리는 개별 의원의 공약 이행률을 공인된 수치로 발표하지 않는다"며 "(선거 당시) 의원들에게 '수치를 쓰려면 반드시 자체 집계라고 명시해야 한다'고 알렸다"고 했다. 그런데도 김 의원 측은 '공약 70개 가운데 50건을 이행했다'며 71.4%라는 수치를 매니페스토가 집계한 것처럼 홍보했고, 이 때문에 선관위는 김 의원 메시지를 허위 사실로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검찰에서 "우리는 공약 70개 중의 52개를 이행했다고 신고를 했는데 이 중 매니페스토 측에서 문제 삼으며 자료 보완 요구를 한 것은 2건뿐이었다"며 "그래서 우리는 나머지 50건에 대해선 매니페스토 측이 이행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무혐의 처리했다는 것이다. 허위냐 아니냐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박 의원의 경우엔 "구로 지역 모든 학교의 반 학생 수를 25명으로 줄였다"고 한 대목이 문제였다. 검찰 측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구로 지역 반 학생 수는 고등학교 29.7명, 중학교 25.7명 수준이기 때문에 박 의원 발언은 허위"라고 했다. '모든'이라는 단어 하나때문에 기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실제 구로을(乙) 지역구 초등학교 반 학생 수는 현재 22.9명이고 중학교는 24.9명"이라며 "25명 목표치를 달성한 게 맞다"고 했다. "검찰이 말하는 숫자는 옆 지역구인 구로갑(甲)까지 합산한 수치"라는 것이다. 또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학군을 넘어서 지원을 하고 배정이 되기 때문에 지역구 경계가 의미가 없어서 이번 사안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 역시 발언 내용이 허위인지 다퉈볼 여지가 있는 셈이다.

또 법조계 인사들에 따르면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는 후보자가 허위 사실임을 알고서 공표했는지, 몰랐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한다. 검찰이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한 이유도 "김 의원이 당시 허위 사실인지 몰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검찰은 박 의원에 대해선 본인이 당시에 자기 발언이 허위임을 알았을 것으로 단정했다. 검찰은 기소 과정에서 박 의원을 상대로 한 차례 서면조사만 했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기소된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게 됐고, 공소장은 아직까지 받아보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