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자 | 쉬즈위안 지음 | 김택규·이성현 옮김 | 글항아리 | 528쪽 | 1만9800원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지도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는 2009년 겨울 새로운 투쟁을 주창하는 '08헌장' 사건으로 수감돼 징역 11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베이징의 여성 활동가 추이웨이핑은 전화·이메일·팩스로 지식인·작가·예술가 수십 명에게 견해를 묻고 이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많은 이가 의견을 명확하게 피력하지 않았다. 201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모옌(莫言)조차 노벨상 시상식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 류샤오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현재 중국에서 지식인의 위치가 어떠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책 속의 장면이다.

베이징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기자 출신 사회비평가인 쉬즈위안(許知遠·40)은 '무력감'을 고백한다. "1700만 베이징 시민 중 절대다수는 류샤오보가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정치적 검열은 그들을 완벽히 봉쇄했고, 대중은 자발적으로 무시와 망각을 선택했다." 지식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중국 공산당 정권같이 강력한 압제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타이완과 홍콩을 여행하며 체제에 맞서 싸운 중화권의 선배 및 동시대 '저항자' 20여 명을 인터뷰한다. 그는 이를 통해 "보편적 의미에서 중국인의 저항정신을 찾아내려고" 한다. 타이완에서 국민당 일당 독재에 맞서 싸웠던 스밍더(施明德), 홍콩의 거리시위자 룅궉훙, 주민들 몰래 마을 땅을 팔아치운 당 간부에 대한 시위를 벌여 세계적 관심을 끈 광둥성 우칸촌(烏坎村) 시위자들에 이르기까지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38년간 지속됐던 타이완의 계엄령과 중국의 정치 상황에서 유사성을 보기도 한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직후 "공산당의 계엄과 국민당의 계엄이 어떻게 다른지 보기 위해" 대륙으로 날아왔던 장춘난은 그에게 말한다. "베이징 사투리를 썼지만 그들의 말투와 태도는 타이완 경찰과 완전히 똑같았다."

2011년 12월 중국 광둥성 우칸촌 주민들이 마을 공동 토지를 몰래 팔아먹은 부패 관료를 규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사건으로 우칸촌은 부정부패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를 상징하는 곳으로 떠올랐다.

쉬즈위안이 만난 60~80년대 타이완과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들은 집권에 성공해 권력의 맛을 보기도 했고, 여전히 외로운 투쟁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는 어떤 정답을 구하지는 않는다. 그의 관심은 베이징의 하늘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인권 변호사이자 친구인 쉬즈융(許志永)이 차에서 내린 사람들에게 잡혀갔다가 몇 달 만에 돌아오고, 수시로 가택 연금이 일어나는 곳이다. "전(全) 지구적 자본주의가 가장 철저하게 구현되고 있는" 이 모순적인 붉은 대륙에서 그는 "눈앞의 협소한 개인적 이익에 머리를 처박고" 살아가는 동시대인들과 살아야 한다. 중국 공산당의 입장은 단순하다. "너희가 돈을 버는 것은 허하노라. 그 밖의 다른 것에 끼어들지는 마라." 그가 보기에 중국은 여전히 수용소다. "류샤오보는 자그마한 강제수용소에서 살아가고 있고, 우리는 좀 더 큰 수용소에서 살고" 있으며, "소비 문화의 시끌벅적함과 대국굴기의 민족 정서로 가득할 뿐, 사회적 힘의 성숙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젊은 비판적 지식인은 중국의 정치적 선각자들이 그랬듯이 농민에게서 미래를 본다. 그 옛날 안후이(安徽)성 샤오강(小崗)촌에서 개혁개방이 시작되었듯, 우칸촌에서 중국식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는 것이다. 물론 이곳에서도 저항은 세속화되고 있다. 2011년 한바탕 시위의 물결이 지나가고 난 뒤, "공동의 적이 사라지고 격렬한 저항을 끝낸 후 피로만 남자, 앞서의 단결과 초월감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하지만 그는 "촌민들이 아무리 조급해해도 최소한 이제는 개인적인 요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점, 이제 더 이상 무관심하지 않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칸촌 당 관료들의 부패를 이야기하면서 "당(黨)서기는 계급투쟁 시대에 쌓은 정치적 자본을 활용하여 새로운 시대에는 재산을 쌓았다"고 말한다. 중국식 부정부패의 전형을 보여주는 문장이다.

2016년 동시대를 살아가는 중국 지식인의 복잡한 내면(內面)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중국과 타이완, 홍콩의 역사에 대한 성찰과 정치 비판, 내면 고백을 절묘하게 결합해 중화권 현대사 이해에 유용한 시각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