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최근 '아동(兒童)수당' 카드를 꺼내고 있다. 각종 대책에도 '저출산' 문제 해결이 요원한 상황에서, 일정 연령 이하 자녀를 둔 가정에 일정 금액을 지급해 아이 키우는 부담을 줄이고 출산율도 끌어올리자는 취지다. 26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아동수당이 복지 분야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정책인데 '복지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막대한 재원 필요
여야 모두 아동수당 도입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각론에선 차이가 적지 않다. 20대 국회 들어 아동수당 도입을 먼저 거론한 국민의당은 지난달 31일 '의원 워크숍'에서 "현재의 보육 체계를 유지한 채 0~6세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 아동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12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6세까지만 아동수당을 추가 지원해도 연간 2조5188억원이 더 필요하다.
새누리당 저출산·고령화 특별위원회 역시 지난 8일 첫 회의에서 아동수당 지급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특위 장제원 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당론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5세까지는 보육 사각지대를 없애는 식으로 기존 틀을 강화하고, 6~12세 아동에게는 아동수당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박광온 의원 등을 통해 본격 논의에 나섰다. 박 의원 측은 △기존 어린이집 지원은 유지한 채 가정 양육수당은 폐지하고 △만 12세 이하까지 자녀 나이에 따라 10만~30만원 아동수당을 주는 내용의 아동수당법을 곧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13조~15조원으로 예상되는 재원 마련은 아동수당세를 신설하는 식으로 상당 부분 해결하자는 주장이다.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위원장 나경원 의원)가 23일 마련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만 15세까지 아동수당 30만원을 주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육료, 양육수당 지원 등을 아동수당 제도로 통합하면서 만 15세까지 매달 30만원을 주고, 하위소득 50%까지 영유아에게 교육 바우처(월 15만원)를 추가로 주면 예산이 27조7710억원 들 것"으로 예상했다.
◇"도입 효과 등 충분한 연구·검토 필요"
이봉주 교수 자료에 따르면 아동수당은 1926년 뉴질랜드에서 처음 도입됐고, 프랑스(1932년), 영국·캐나다(1945년), 독일(1954년), 일본(1971년) 등 전 세계 90여 국에서 도입 중이다. OECD 국가 중엔 한국을 비롯 미국·멕시코·터키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3세 미만까지는 1인당 1만5000엔(약 16만4000원), 3세 이상부터 초등학생 사이의 경우 첫째·둘째는 1만엔(약 10만9000원), 셋째 이후는 1만5000엔이며, 중학생은 월 1만엔 등으로 지원된다.
아동수당을 도입하면 받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복지예산이 급속히 늘어나는데 어디서 재원을 마련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도 막대한 재원을 들며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동욱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 가정 양육수당이나 보육료 지원 제도 등 기존 제도와는 어떻게 연계해 운영할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에서도 아동수당은 정치적 포퓰리즘의 영향으로 확대·축소를 반복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한번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복지 정책의 특성을 감안해 먼저 아동수당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지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수당
자녀 양육 부담을 줄이고 출산을 장려하자는 목적으로 일정 연령 이하 자녀를 둔 가정에 매달 지원하는 수당. 뉴질랜드(1926년)에서 처음 도입됐고 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와 일본 등 90여 국에서 시행 중이다. 자녀를 어린이집·유치원에 보내지 않을 때 매달 지급하는 양육수당과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