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스케일이었다. 무대 좌우 폭이 22.4m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가 빈틈없이 꽉 찼다. 지난 주말 막 올린 국립창극단의 '오르페오전(傳)'(이소영 극본·연출, 황호준 작곡)은 곡선으로 경사진 거대한 무대 전체를 회전하도록 해 이승과 저승을 거울의 양쪽 면처럼 표현했다. 저승의 혼령 역을 맡아 울부짖던 배우와 무용수 40여 명이 돌연 21세기의 갑남을녀로 쏟아져 나오는 마지막 장면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최초의 '오페라 창극'을 표방한 '오르페오전'은 그리스신화와 몬테베르디·글루크의 오페라로 유명한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한국적인 정서로 풀어내려 했다. 저승까지 쫓아가 죽은 연인을 데리고 오려다 영원한 이별을 맞는 주인공 '올페' 역의 국립창극단원 김준수는 꿈꾸는 듯한 서정과 애절한 절규를 교차하며 열광적인 박수를 이끌어냈다. 창극에서도 폭발적인 성량을 과시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생사를 초월해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김보람의 안무는 이 작품에 꼭 맞는 옷 같았다.
하지만 과연 이 작품을 '창극'이라 할 수 있을까. 황호준이 작곡한 노래는 몽환적이면서 유장한 가락으로 단절 없이 전개됐으나, 판소리 특유의 가락과 흥(興)은 그 속에 파묻혀 버렸다. 더 큰 문제는 두 시간 내내 이별과 슬픔의 정서로 일관하는 극 자체의 단순함이었다. 남녀 주인공 두 명 말고는 모두 앙상블(합창과 군무를 맡는 단역배우)로 등장하니 별다른 줄거리상 변화도 없었다. 지루함을 견디기 어려웠는지, 공연이 채 끝나기 전에 퇴장하는 관객이 속속 눈에 띄었다. 창극의 변화를 위한 실험 정신은 돋보이지만, 내용을 제대로 채우기엔 갈 길이 먼 것 같다.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