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과 2일 이틀간 벌어진 여야(與野)의 정기국회 파행은 정세균 국회의장 개회사에서 비롯됐다. 특히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 우리 내부의 소통이 전혀 없었다"며 "주변국과 맺은 관계 변화를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고 한 부분이 문제였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러시아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정 의장의 발언에 대해 "주변국을 설득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재를 뿌렸다"고 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일 의원총회에서 "사드 배치 반대가 국민의 뜻이냐"며 "국회의장은 그런 궤변을 더 이상 늘어놓지 마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주변국을 설득하라고 요구해 놓고 정작 사드 외교를 앞두고 적전(敵前) 분열한 셈"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9일까지 러시아·중국·라오스를 순방하며 그간 한국의 사드 배치를 반대해온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할 예정이다.
정 의장 측 역시 "정부를 비판한 개회사는 문제가 없지만 사드 발언은 신경이 쓰인다"며 여론 반응을 주시했다. 정 의장 측은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의견 수렴 과정에서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나오는 우려를 언급한 것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개회사 파문으로 정치적인 주목은 받았다. 더민주 의원들은 페이스북·트위터에 정 의장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고 정 의장의 페이스북에도 응원 댓글이 올라왔다. 정 의장은 이날도 "어떤 사심(私心)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회사 논란으로 정 의장은 20대 국회의 첫 법안 처리 사회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회의장이 여야가 첨예하게 다투는 사안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게 국회 운영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국회의장은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을 유도하는 자리지 자기 뜻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정 의장이) 생각을 아주 잘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