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알레포 마을에 열기압 폭탄이 쏟아졌다고 했다. 무너진 건물 속 어둑한 안쪽에서 구조대원이 불쑥 아이를 내밀었다. 밖에 있던 대원이 먼지를 뒤집어쓴 사내 애를 받아 안았다. 대원은 앰뷸런스 문을 젖히고 들어가 아이를 주황색 의자에 앉혔다. 아이는 악어가 그려진 반소매 티셔츠를 입었다. 깜깜한 잔해에 묻혀 밤새 공포에 떨었을 아이는 얼굴이 피 칠갑이고 온몸이 먼지투성이다. 차 안이 신기한 듯 눈알을 굴렸지만 표정이 없다. 눈물도 안 흘린다.

▶40초짜리 이 동영상은 시리아 내전의 격전지 알레포에서 찍었다. 아이는 다섯 살 옴란이다. 영국 BBC가 영상을 내보내자 외신 표현대로 '세계는 분노와 슬픔에 빠졌다.' 러시아가 미는 정부군, 미국이 지원하는 반군이 매일 총탄을 퍼부으며 알레포 탈환을 노렸다. 아이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어른들 내전이다. 그래서 분노다. 아이는 이마가 찢기고 눈은 퉁퉁 부어 있다. 허공만 바라보며 비명도 울음도 터뜨릴 줄 몰랐다. 그래서 슬프다.

▶병원과 아이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전쟁 규칙'은 벌써 깨졌다. 아이들에게 폭격과 건물 붕괴는 일상(日常)이다. 알레포에서 지난 주말 민간인 180명이 죽었다. 이달 들어 어린이만 여든 명 넘게 숨졌다. 어제 이 영상을 틀고 TV 방송을 진행하다 전문가에게 물었다. "아이가 왜 안 울죠?" 답변이 더 우울했다. "아이는 도움을 청할 때 소리 내 웁니다. 울지 않는 건 아무리 울어도 도와주러 오는 손길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작년 9월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기가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때도 세계는 경악했다. 빨간 티셔츠에 푸른색 반바지 차림 꼬마는 바다 쪽으로 머리를 두고 모래밭에 코를 박고 있었다. 일행 스물셋이 그리스로 가다 터키 해안에서 배가 뒤집혔고 열두 명이 죽었다. 아이만 다섯이 숨졌다. 해변 아이의 다섯 살 형도 죽었다. SNS가 시리아 난민을 동정하는 여론으로 물결 쳤다. 꿈쩍도 않던 EU 회원국들이 난민에게 국경을 열었다.

▶수단 출신 작가가 알레포 아이와 해변 아이를 나란히 일러스트로 그려 트위터에 올렸다. 제목이 '시리아 어린이를 위한 두 선택'이다. 아이가 고향 떠나 피란길에 오르면 해변에서 익사하고, 시리아에 그냥 머무르면 피 칠갑이 돼 먼지를 뒤집어쓴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탈출구는 없다. 이 그림을 수천 명이 퍼 나르고 있다. 어린 것을 죽여 세상 동정심을 부르는 희생 번제(燔祭)라도 치르는 걸까. 어떤 사악한 손길일까. 나중에 이 어린 희생 값을 어찌 감당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