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어떤 일을 할까?]

여성 청소년에게 지난달 20일부터 무료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해주는 정부 사업이 시행되는 가운데, 예방주사 접종 등을 위해 병원에 온 청소년에게 의사가 생리 시작 여부나 유방 발육 상태 등을 물어 청소년이 수치심을 느낄 경우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고 여성가족부가 밝혀 의사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조창식 일반과개원의협의회 부이사장은 지난달 29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 상담 설문지가 아동 성추행에 해당하는지 질의한다"면서 "생리 시작 여부, 생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나 유방 발달 상태 등에 대해 상세하게 묻더라도 국가 사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라면 성추행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 유권 해석을 요청한다"고 여가부에 질의했다.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지난달부터 2003·2004년생 여성 청소년에게 무료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해주고 건강 상담을 해주는 것이다. 이 사업에서는 건강 상담 차원에서 여성 청소년에게 초경 여부, 월경(생리)력, 월경 과다 증상과 주기 등 월경 관련 내용과 가슴 발달 상태,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력 등을 묻는 설문지를 의사들이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질의에 대해 여가부는 "설문지 제작 경위와 이전 관계(배경 상황), 객관적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므로 해당 기관(복지부)과 상의하라"고 답변했다. '처벌받지 않는다'는 확답이 돌아오지 않자 일반과개원의협의회는 다시 "이 사업과 무관하게, 만약 의사가 (설문지에 따른) 질문을 해서 여성 아동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민원을 제기하면 여가부는 어떻게 판정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여가부는 "여자아이나 부모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생각한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구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한 것이다. 조창식 부이사장은 "수치심을 느낀다는 건 주관적인 판단인데, 여가부 답변에 따르면 의사들이 정부 사업에 따라 진료하다가 꼼짝없이 처벌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여가부 입장이 논란이 되자 산부인과의사회는 항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동석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에서 제공하는 설문지는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정부가 내놓은 공식적인 내용"이라며 "진료 행위에 대해 (정부가) 성희롱 운운한다면 의사들이 어떻게 마음놓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여가부는 이에 대해 "정부 사업과 상관없이 아이나 부모가 진료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인권위에 성희롱으로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절차를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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