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리오 前 외무장관(왼쪽), 라이슐러 변호사.

[필리핀은 어떤 나라?]

필리핀·중국 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로 주변국 반응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필리핀은 12일 승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수도 마닐라에서는 '중국은 물러가라(China Go Away)'는 구호가 적힌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이 중국의 상징인 용이 쫓겨나는 그림을 인쇄한 플래카드를 들고 가두 행진을 벌였다.

필리핀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남중국해 분쟁에서 이정표 역할을 한 이번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승소의 주역으론 법정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소송을 총지휘한 알베르트 로사리오(77) 전 외무장관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기업인, 주미 대사 출신인 그는 스물한 살 아래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의 6년 임기를 거의 함께하며 보좌한 인물이다.

실제 법리 다툼에서는 필리핀 측 변호인단장 폴 라이슐러 변호사의 활약이 돋보였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국제 분쟁 전문 변호사로 니카라과·콜롬비아, 소말리아·케냐, 방글라데시·미얀마 등 숱한 영토 분쟁에서 변호·중재인으로 활동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을 다퉈온 베트남도 고무적인 분위기였다. 최대 관영 일간지 인민일보는 "베트남도 (중국과 영유권을 다투는) 호앙사군도(중국명 시사군도)와 쯔엉사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주권 수호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중국과 충돌해온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중국의 판결 수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언론들도 13일 '정당한 사법 절차로 불리해도 수용해야'(아사히) '중국의 판결 불수용은 책임 방기'(니혼게이자이) 등 일제히 중국의 승복을 촉구했다.

반면 남중국해 타이핑다오(太平島)를 실효 지배해온 대만은 이곳을 '암초'로 정의한 이번 판결로 영유권 상실 위기에 몰렸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13일 타이핑다오 정찰을 떠나는 구축함에 올라 해군 장병들을 격려하고 "이번 정찰 임무는 국익을 수호하겠다는 대만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