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자들은 1인당 1억원 안팎의 선거 기탁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당대표 출마자들은 기탁금 외에도 추가로 문자메시지 발송비, 캠프 사무실과 조직 운영, 선거운동 비용 등을 써야 한다. 새누리당 주변에선 "당대표 선거에 나오려면 기탁금을 포함해 총 3억~5억원 안팎의 '기본 비용'이 든다"는 말이 나온다. 그럼에도 출마자는 줄을 잇고 있다.
◇당대표 되려면 최소 3억~5억원은 써야
전대 기탁금은 총 15억원으로 추산되는 전대 개최 비용의 절반 정도를 후보들에게 나눠서 부담시키는 제도다. 선거 승패와 관계없이 돌려받지 못한다. 홍준표 전 대표가 뽑힌 2011년 전대는 7명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출마자가 1인당 1억2000만원씩 냈고, 2014년에는 김무성 전 대표를 포함해 9명이 8000만원씩 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번에 최고위원 선거가 당대표 선거에서 분리됐는데, 최고위원 후보들에게는 기탁금을 적게 걷으려 한다"며 "이 경우 당대표 후보들에게 돈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후보 단일화 여부 등에 따라 기탁금이 1억5000만원까지 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출마 선언을 했더라도 전대 후보 등록일(29일)까지 단일화 등으로 사퇴할 경우 기탁금은 내지 않는다. 대신 다른 후보들의 기탁금 액수가 올라갈 수 있다.
기탁금 외에도 사무실과 조직 운영비, 선거운동 비용 등이 추가로 들어간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여의도 빌딩에 대형 캠프를 마련하고 기본 조직을 구축하는 데만 1억원 정도 든다"며 "밥값, 차량 운행비, 문자메시지 발송과 여론조사 비용 등 선거운동을 하면 할수록 지출이 불어난다. 최대한 긴축할 경우 3억원, 보통은 5억원, '뒷돈'까지 동원할 경우 10억원 이상"이라고 했다.
경선에 출마해봤던 중진 의원은 "투표권을 가진 당원 33만명에게 장문 문자메시지 1통(30원)씩만 보내도 1000만원이 든다"며 "기탁금 내고 문자 10번 보내면 2억원 안팎 드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론조사도 회당 250만~1000만원까지 들어간다"고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 인사는 "주택 담보대출까지 받아 '실탄'을 마련했다"고 했다.
◇정병국·한선교 출마…벌써 후보만 5명
하지만 벌써 당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는 5명이다. 앞서 비박(非朴)계 김용태 의원과 친박(親朴)계 이주영·이정현 의원이 출마했고, 10일에는 비박 정병국(5선·경기 여주양평) 의원과 친박 한선교(4선·경기 용인병) 의원이 뛰어들었다. 정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온 국민을 상대로 오만한 갑질 정치를 벌였다"며 "천박한 갑질의 시대를 끝내고 국민 모두가 공존하는 수평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친박이면서도 현 정권 핵심들과는 현안에서 다소 입장을 달리해온 한선교 의원은 "계파 청산을 하려면 친박이든 비박이든 가진 자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절박한 구당(救黨)의 마음으로 정권을 재창출하고 대한민국을 행복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홍문표 의원도 출마를 검토 중이다. 친박계 서청원 의원은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이며, 이에 따라 나경원 의원도 대항마로 출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 의원은 지난 주말 강원도 모처에서 핵심 측근 6~7명과 회동하면서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이니 더 생각해보자"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큰 비용 부담에도 대표 경선에 여러 인사들이 도전하는 이유는 떨어지더라도 정치권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에 출마했던 중진 의원들은 "3선, 4선 의원이 되면 지역에서는 '당신은 중앙에서 뭐하냐'는 소리를 듣게 된다"며 "정치적 위상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해서 비싼 비용을 치르고 도전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4~5선급 정도가 되면 자기 주변 그룹의 결속력을 다지고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도전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이번에는 딱히 누가 우세하다고 할 만한 '거물급' 중진이 없다. 정권 핵심 세력이 특정 후보를 민다고 하더라도 현재는 오히려 역풍(逆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내 실력만으로도 다른 후보들을 앞설 수 있다"며 출마가 이어지는 측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