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혼 여성 가운데 '자녀가 필요한 이유'를 "대(代)를 잇기 위해"라고 답변한 경우가 100명 가운데 한 명에 불과한 것으로 10일 나타났다. 4년 전 실시한 유사한 조사에서 여성의 6.3%가 '가문을 유지하기 위해 자녀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대폭 떨어진 수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2015년 8월부터 10월까지 만 15~49세 기혼 여성 1만1009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89.2%는 "자녀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응답했고, 10.6%는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답했다. 자녀가 필요하다는 응답자에게 그 이유를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하자 '가정의 행복과 조화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80.5%로 가장 많았고, '심리적 만족'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17.5%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출산의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혀온 '대를 잇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2011년 복지부가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는 '대를 잇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전체적으로 8.4%였다. 남성은 10.7%가, 여성은 6.3%가 대를 잇겠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그런데 이 여성의 비율이 4년 만에 대폭 줄어든 것이다.

'아들이 가문을 이어야 한다'는 통념도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보사연이 '아들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가구의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아들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은 조사에서는 "가문 유지를 위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2000년 23.1%에서 2009년엔 14.2%까지 떨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기혼 여성에게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자녀를 두는 것이 당연한가'라고 물었을 때 '찬성'한다는 응답도 29.5%에 그쳤다. 보사연 관계자는 "이제는 가문을 위해 대를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선택이 더 중요해졌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자녀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경제적인 이유"(50.8%)를 가장 많이 꼽았고, "자유를 구속받을까봐"(20.5%), "부부만의 생활을 위해"(18.1%) 등도 이유로 꼽았다.

기혼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는 1.75명이었다. 초혼 연령에 따라 25~29세는 1.76명, 30~34세는 1.33명, 35세 이상은 0.8명으로 나타나 일찍 결혼할수록 아이를 많이 낳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소득이 높을수록 아이를 많이 낳았다. 가구당 월 평균 소득 기준 160% 이상인 가구가 평균 1.84명으로 가장 많이 낳았고, 소득에 반비례해 출산아 수는 줄어 평균 소득의 60% 미만인 가구는 1.63명으로 가장 적게 낳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출산의 당위성에 호소하는 정부 정책은 효과가 떨어진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정부가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