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 13일 기획재정부에 "올 하반기에 쓸 예산 104억원을 정부 예비비로 지급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와 관련, 특조위 핵심 관계자는 28일 본지 통화에서 "당시 특조위에 파견된 예산 업무 담당 공무원 등이 '세월호특별법에 명시된 활동 기간을 넘어선 예산까지 신청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반대했다"며 "그러자 이석태 특조위원장은 비서관을 통해 예산 요구서를 만들고 결재해 기획재정부에 보냈다"고 말했다.
실제 본지가 이날 입수한 특조위의 예산 요구서는 예산 담당 공무원 대신 위원장 비서관이 기안하고 이 위원장이 결재한 것으로 돼 있다. 정상적 예산 요구 절차를 무시하고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현재 특조위는 유족이 추천한 이석태 위원장과 야당·대한변협·대법원이 추천한 상임위원들이 의사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특조위는 국회가 지난달 의결해 임명한 황전원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추천이라는 이유로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선출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특조위 관계자는 "예산 요구안은 담당 직원을 통해 사무처장이 결재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이런 기본 절차는 무시되고 야권 추천 위원들이 거의 모든 결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특조위의 예산 요구에 대해 기재부는 "법적 근거가 없는 6개월치 예산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며 "보고서 작성 기간(7~9월)과 잔존 업무 처리 기간(10~12월)을 감안한 적절한 예산 규모를 요구해 달라"는 공문을 최근 특조위에 발송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특조위의 상반기 예산 62억원 가운데 최소 20억원 정도는 사업 부진으로 집행되지 않고 있어 당장 예비비를 편성하지 않더라도 하반기 특조위 운영 예산은 충분한 상태로 보인다"고 했다.
여권(與圈) 관계자는 "특조위의 이번 예산 청구에는 정부를 상대로 '예산을 주지 않으면 조사를 훼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실제 특조위는 작년에 과도한 예산 요구라는 판정을 받아 지급이 거부됐던 '인양 선체 정밀 조사(23억5000만원)' 등 거의 비슷한 예산 항목과 금액을 다시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