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 보건소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가 지자체 검사에서 잠복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 검사에서 공중보건의가 잠복결핵 진단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따르면, 경기 가평군이 결핵 감염자와 접촉 횟수가 많다고 판단한 공중보건의 2명을 포함한 직원 9명을 대상으로 잠복결핵 감염 검사를 한 결과, 공중보건의 A씨가 잠복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진단됐다.
협의회는 A씨가 하루 평균 80여명의 환자를 보면서 결핵 환자를 진료했을 가능성이 있고, A씨와 함께 근무한 방사선실 직원도 이번 검사에서 잠복결핵 진단을 받았다는 점에서 A씨가 보건소를 방문한 환자로부터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가평군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13명 가운데 2명만 검사를 받았는데도 결핵 감염자가 나왔다"며 "전국 150여개 지자체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2000여명 중에도 감염된 사례가 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측은 “A씨의 가족 중에 결핵 병력이 발견됐고, A씨는 진료한 결핵 환자와 오랜 시간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료 중에 감염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호흡기 감염병인 결핵은 '메르스보다 더 심각한 전염병'으로 통한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환자 대부분은 감염 사실도 모른 채 돌아다니며 1인당 평균 20명에게 균을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결핵균은 몸에 숨어 별다른 증상을 드러내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을 시작, 기침·발열·체중 감소 등 증상으로 나타난다. 결핵을 방치하면 50%가량의 사망률을 보이며, 치료를 하더라도 완치까지 4~9개월이 걸린다.
결핵은 20세기 중반까지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 중 하나로 꼽혔지만, 위생 환경이 개선되고 항(抗) 결핵제가 나오면서 쉽게 치유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 4만3000명이 발병해 2300명이 숨지며 '결핵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하루에 6명꼴로 결핵으로 숨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결핵 유병률(인구 10만명 당 86명)과 사망률(10만명 당 3.8명)을 기록하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김재림 회장은 "이번 사건은 공중보건의가 전염병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라며 "지자체는 정기적으로 감염병 진단을 실시하는 등 의료진 감염 위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결핵 안심국가 실행계획’을 확정, 의료인 등 결핵 감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잠복결핵감염 검진을 강화하는 등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엔 결핵예방법이 개정돼 올 8월부터 각 지자체는 직원들에게 연 1회 의무적으로 결핵 검진을 해야 한다. 또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결핵 환자의 본인부담금(현행 10% 수준)을 면제하는 내용의 일부 개정안을 시행, 결핵 환자가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