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리수용 - 31일 대규모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리수용 북한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이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리수용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990년대 말 스위스에서 유학할 당시 현지 대사로 근무하며 그의 뒷바라지를 해‘김정은 후견인’이라고 불려왔다. 북한 관료 가운데‘중국통’으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무수단' 네 번째 실패한 북한...또 체면 구긴 김정은]

리수용(李洙墉) 북한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이 31일 40여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전격 방중(訪中)했다. 지난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북측 고위 인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 직후 가진 비공식 문답에서 이례적으로 "리수용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김정은 방중 문제 등 양측 고위급 교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북한 대표단의 일정과 의제를 공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리수용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3일 일정으로 중국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2박 3일인 리수용의 방중 일정을 감안할 때 시 주석 면담은 1일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76세의 리수용은 스위스 대사 시절 김정은의 유학 생활을 뒷바라지한 핵심 측근으로 외무상을 거쳐 노동당 국제부장과 정무국 국제 담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북한의 실세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중국을 지렛대로 유엔 제재에 따른 외교적 고립 탈피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도 오바마 대통령의 일·베트남 방문으로 대중 견제가 강화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북·중 관계 개선에 나선 것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리 부위원장 일행은 이날 오전 9시 50분(현지 시각) 고려항공 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했으며, 의전 차량 10여대와 미니 버스 등에 나눠 타고 외국 국빈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향했다.

리수용의 이번 방중 이유는 표면적으로 지난 5월 초 36년 만에 열린 북한 노동당 7차 당 대회 결과를 중국 측에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이날 홈페이지에서 '리수용이 이끄는 북 대표단이 방중 첫날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과 회담을 갖고 대표단이 당 대회 결과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목적은 시 주석을 만나 김정은 방중을 포함한 대북 제재 국면 타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중은 중요한 이웃으로 정상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브리핑 뒤 따로 가진 문답에서는 "리 부위원장이 상당한 고위직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시 주석을 만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문제를 논의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양측이 고위급 교류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리수용 방중과 관련해 "중국과 북한 관계가 한반도 평화 안정 및 북한 비핵화는 물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오게 하는 데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