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기 전에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엄청 검색했어요. 방송에서 (한국의 성형수술에 대해) 안 좋게 나와서 몇 달 고민 끝에 왔죠."
본지 취재진이 지난달 27~28일 낮 각각 2시간 동안 서울 강남구 압구정~신사 일대 '뷰티 벨트'를 관찰한 결과, 과거엔 흔했던 중국인 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중국인 성형 환자가 많이 머무는 강남역 일대 레지던스 호텔 주변과 신사역~압구정역 길거리·카페를 돌아다녔지만 확인된 중국인 성형 환자는 8명뿐이었다. 작년 초만 해도 이 지역은 성형수술 직후 마스크 쓴 여성들끼리 중국어로 대화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작년에 중국인 환자 20% 줄어
의료 한류에 비상이 걸렸다. 성형수술이나 각종 치료를 위해 한국에 오는 중국인은 2009년 4725명에서 2014년 7만9481명으로 폭발적으로 늘다가 작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은 이달 공식 발표될 예정이지만, 중국인 환자가 많은 상위 10개 의료 기관 실적(가집계)만 봐도 2014년 1만3500명에서 지난해 1만명으로 20%쯤 줄었다. 지난해 메르스 여파에도 전체 외국인 환자가 28만명으로 전년도(2014년 26만6501명)보다 소폭 늘었는데 중국인 환자만 준 것이다. 중국인의 한국 의료 만족도 역시 지난해 86.6점으로 전년(89.6점)보다 3점 떨어졌다.
중국인 환자가 줄면서 성형외과들은 위기의식이 크다. A성형외과 관계자는 "중국인 환자가 작년 초 대비 20~50% 정도"라고 했고, B성형외과 원장은 "국내 성형의들이 중국에 출장 성형하는 일명 '앵벌이' '도시락 장사'가 활발해졌다"고 했다.
중국인들이 의료 한류에 시큰둥해진 것은 최근 중국 매체들이 한국 성형수술의 부작용과 바가지 상술 등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잇달아 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중국중앙방송(CCTV)은 '한국 성형 미용의 숨겨진 함정'이란 리포트에서 한국 병원의 중국인에 대한 바가지 상술을 집중 보도했고, 중국 매체 신경보(新京報)는 작년에 '성형의 악몽'이란 기사를 통해 한국에서 성형수술 한 젊은 중국 여성의 부작용 사례를 조명했다. 중국 SNS에서도 '한국 가서 코만 수술하면 28만위안(약 5000만원), 쌍꺼풀·코·턱 등을 한꺼번에 하면 70만위안(약 1억2400만원)을 내라고 하더래. 참 간도 크지' '나는 판빙빙(중국 연예인) 코처럼 해달라고 했는데 의사가 기형적으로 만들었어' 같은 글이 등장했다. 국내 의학계에선 "비전문의에게 맡겨 성형수술 했다는 이른바 '유령 수술' 사건까지 중국에 알려지면서 중국인의 한국행이 더 줄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발등에 불'
정부는 2020년까지 100만명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진료·관광 수익 2조9000억원을 올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중국인 환자가 줄면서 비상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22일 정부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해 국가 위생계획생육위원회(보건복지부에 해당)와 중국 환자 권익 보호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미용 성형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제도'를 4월부터 시행해 외국인 환자들이 자신이 받은 시술 내용과 진료비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게 하고, 부가가치세(진료비의 10%)도 되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오는 6월부터는 정식 에이전트들이 적절한 수수료를 받고 활동할 수 있도록 수수료율 가이드라인(10~20% 정도)도 정해 추진키로 했다.
진기남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중국인 등 외국인 의료 관광객 증가세가 주춤해진 것을 오히려 기회로 여겨, 마구잡이 환자 유치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 한류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