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독 |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20쪽 | 1만4500원

"스물넷에 보르헤스를 읽고 첫눈에 사랑에 빠졌지.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한 궁극적 질문이 있었기 때문이오."(움베르토 에코) "아고타 크리스토프 책을 들고 절에 들어갔어요. 책은 사람을 크게 바뀌게 해 줍니다. 한꺼번에가 아니라 조금씩."(은희경)

'당신을 바꾼 단 한 권의 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일간지 문화부 기자인 저자가 인터뷰한 10명의 예술가와 학자는 각각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그 대답들은 흥미롭고 의외성을 갖췄으며 다이내믹하기까지 하다. 소설가 정유정은 사건과 의미가 함께 오는 순간을 위해 글을 쓰고, 요리 연구가 문성희는 현실에서 소로의 '월든'을 실천하며, '서유견문'에 충격받은 사회학자 송호근은 집안의 어마어마한 의례를 폐했다. "항우울제나 스마트폰 따위가 어떻게 인간을 위로하겠느냐"는 미국 작가 조너선 프랜즌의 말은 이 밀도 높은 책의 주제를 드러낸다. 인류의 삶에서 활자는 여전히 죽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