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증상을 보인 외국인 환자가 서울 도심에서 4시간여 동안 격리되지 않는 아찔한 상황이 13일 새벽 벌어졌다. 다행히 이 의심 환자는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또다시 '악몽'이 재연될 뻔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8일 입국한 아랍에미리트(UAE) 국적 여성 M(22)씨가 고열(38.7도)과 기침, 인후통 같은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여 서울 강북삼성병원을 찾았다는 병원 신고가 13일 새벽 2시 7분 들어왔다"며 "M씨의 검체를 검사한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북삼성병원은 메르스 의심 진단을 내린 M씨가 병원을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해 '방역 허점'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와 병원 측 말을 종합하면 M씨는 13일 오전 1시 31분쯤 고열과 기침 증세가 심해 자매 2명과 함께 강북삼성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 의료진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메르스 증상일 수 있으니 격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메르스 핫라인(109)에 신고했다.
초동 대응까지는 적절했지만 그 후 문제가 터졌다. M씨는 병원 측이 설치한 격리 환자용 에어텐트에 머무는 걸 거부하고 자신들이 몰고 온 차량으로 이동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교수가 보호구까지 착용한 채 "격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거듭 설명했지만 M씨와 보호자는 에어텐트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M씨 일행은 새벽 3시 22분쯤 자신의 차량에 머물겠다고 밝힌 뒤 의료진의 추가 설명을 듣지 않고 묵고 있던 서울 중구의 호텔로 돌아갔다는 게 병원 설명이다. 반면 환자 측은 "차에서 한참 기다렸는데 병원 측이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아 돌아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병원 측이 메르스 의심 환자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은 잘못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의심 환자가 병원을 빠져나가면서 서울 도심은 다시 메르스에 노출될 뻔했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은 이날 아침 7시 20분쯤 서울 중구 F호텔에 머물고 있는 M씨와 일행을 만나 이송 요청을 했으나 거절당하자 UAE 대사관 직원까지 대동해 설득한 끝에 오전 10시쯤 국립중앙의료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M씨에 대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오후 4시 52분 '음성' 판정을 내렸다. 만약 M씨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당국은 M씨가 접촉한 호텔 직원, 병원 내 환자·의료진 등을 추적해 격리 조치를 내리고 관찰해야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M씨가 2차 검사를 받기까지 격리 입원 치료를 할 예정이며, M씨와 함께 입국한 남매 3명과 강북삼성병원 의료진, 호텔 직원 등 17명의 상태를 계속 관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M씨와 비슷한 시각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중환자실 자리가 없어 강동경희대병원으로 옮긴 여성 고령 환자도 있었다. 이런 사실을 강북삼성병원으로부터 전해 들은 강동경희대병원은 13일 오후 4시까지 응급실을 폐쇄하고 소독 작업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의심 환자가 올해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13일 현재 국내 메르스 의심 환자 신고 사례는 총 311건이고, 이 중 의심 환자로 분류된 77건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 그러나 양성 환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언제든 작년 메르스 파동처럼 확산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등 감염병 의심 환자를 격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는데도 이번같이 외국인 의심 환자가 병원을 빠져나가는 문제가 불거졌다"며 "추가 보안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