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세계사 | 패트릭 E 맥거번 지음 | 김형근 옮김 | 글항아리 | 512쪽 | 2만2000원
구석기시대의 초기 인류 중에서 잘 익은 포도를 따서 동굴로 가져온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뜻밖에도 포도알 일부가 껍질이 으깨져 과즙이 스며 나오더니, 이윽고 거품이 일거나 부글부글 끓는다. 용기 있는 한 사람이 나서서 이 혼합물의 맛을 본다. "아니, 이 부드럽고 생생한 맛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한두 사람씩 맛을 보고 난 뒤 근심이 사라진 듯했고, 몇몇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인류가 술을 '발견'하는 모습에 대해 미국의 인류학자인 저자는 이렇게 상상한다.
고고학과 화학, 예술사에 이르는 다방면의 자료를 치밀하게 탐구한 결과물인 이 책은 '술이 인류 문명의 발전에 미친 영향'에 대해 다룬다. 일상의 괴로움을 덜고 사회적 교류를 원활하게 했던 술은 의례 문화를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피라미드나 잉카 궁전 같은 거대 건축물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