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유승민 의원 지역(대구 동을)을 제외한 나머지 공천을 사실상 완료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은 안중(眼中)에 없고 청와대만 바라본 공천"이라는 평가가 많다. 당 대표까지 문제를 제기했다.

김무성 대표는 16일 이재오(서울 은평을), 진영(서울 용산) 의원 등의 낙천 결정에 대해 최고위원회 의결을 보류하고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했다. 당 공천위는 전날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지목한 유승민 의원과 가깝게 지낸 현역 의원을 대부분 탈락시켰다. 장관 재직 시 청와대와 불화를 빚은 진영·황우여 의원은 공천 탈락되거나 '험지'로 유배됐다. 이재오 의원 등 옛 친이계 상당수는 경선에 나갈 기회도 잡지 못했다. 대부분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지만 "정체성 기준이란 게 대통령 마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항의 뿌리치는 이한구 - 이한구(오른쪽)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위 회의에 입장하려다 공천 탈락한 류성걸(왼쪽에서 둘째) 의원과 조진형(왼쪽에서 첫째) 전 의원의 항의를 듣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들에게 등을 돌린 채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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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김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원내대표를 두 번 지낸 이재오 의원이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공천위가 '진박(眞朴)' 후보로 불리는 정종섭(대구 동구갑), 추경호(대구 달성), 권혁세(성남 분당갑), 전하진(분당을), 유영하(서울 송파을) 후보를 단수 추천한 데 대해서도 "국민공천제 취지에 반한다"고 했다. 주호영 의원의 공천 탈락도 재의해달라고 했지만 이한구 공천위원장은 "공천위가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라며 곧바로 거부했다.

당내에선 이번 공천 결과를 두고 "박심(朴心) 공천" "공천(公薦)이 아니라 통천(統薦·대통령 공천)"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당 밖에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 공천은 국민과 당원은 제쳐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선호(選好), 당내 계파 간 역학 관계만 반영한 과정이었다"며 "우리 정당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이 같은 비판을 예상하고 있었다. 알고도 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레임덕'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가장 많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지난 3년간 자기와 뜻이 다른 사람과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박 대통령 퇴임 후 친박계의 정치적 입지 확보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비난을 무릅쓰고 TK에 '진박'을 집중 배치한 것은 뚜렷한 차기 주자가 없는 친박계가 다음 대통령 임기 동안 이 지역을 중심으로 '진지전(陣地戰)'을 펼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