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앞두고 실시되는 여론조사를 놓고 곳곳에서 불공정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특정 후보의 지지를 유도하는 편향된 질문으로 여론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공표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시비가 주를 이룬다. 문제는 불공정 여론조사로 판정나더라도 선관위의 조치가 '솜방망이'에 그쳐 제재의 실효가 없다는 점이다.
9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최근 강원도 동해·삼척에서는 '원주~강릉 간 고속전철의 동해·삼척 연장 실패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이 포함된 여론조사에 대한 이 지역 현역 의원의 이의 신청이 접수됐다. 지역구 현안사업에 대해 '실패'라고 단정 짓고 지지 후보를 물은 것이다. 동해시선관위는 "주관적인 판단이나 편견이 개입됐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조치는 여론조사 회사 대표에 대한 '경고'에 그쳤다. '경고'는 '수사 의뢰'나 '고발'과는 달리 실질적인 제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서 대구 동구을 여론조사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한 언론이 국방위원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을 떠올리게 하는 '북핵 미사일 방어용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견해'를 묻고, 이어 유 의원을 포함시켜 '대구의 미래 정치인'을 묻는 질문까지 한 뒤 지지 후보를 물은 것이다. 경쟁 상대인 이재만 예비 후보 측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대구시선관위는 '재발 방지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는 데 그쳤다.
공직선거법상 불공정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공정심의위의 제재를 받지만 실질적인 처벌은 거의 없다. 선관위에 따르면 20대 총선과 관련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의 심의 대상에 오른 16건 가운데 15건(93%)이 "문제 있는 여론조사"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고발이나 수사 의뢰는 한 건도 없었다. 모두 '경고'나 '준수 촉구' 등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들이 직접 고소·고발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의 전광삼 예비 후보는 최근 지역 내 A언론사가 진행한 여론조사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전 후보 측은 "현역인 강석호 의원이 사실상의 사주인 A사가 진행한 여론조사의 표본 추출의 공정성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경찰에 신고했다"고 했다. 강 의원 측은 "독립된 해당 언론사가 적법하게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최근 자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가 '잘못된 표본을 가지고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경쟁자 박종희 전 의원을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상향식 공천'을 내세우면서 여론조사 비중이 커졌고, 이에 따라 '엉터리' 여론조사도 활개를 치고 있다. 전북 남원·순창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강동원 의원이 무소속으로 둔갑한 여론조사가 진행되는가 하면, 서울 마포을에서는 용산 출마를 선언한 강용석 전 의원이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