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에서 일하는 30대(代) 건설 근로자 10명 가운데 4명(39.6%)은 대졸자(2015 건설 근로자 종합 실태 조사)다. 초봉 2000만원대 인사(人事) 컨설팅 분야 중소기업인 A사는 "해마다 10명 남짓 신입을 뽑는데 지원자 가운데 상위권 대학 출신이 수두룩하다. 미국 명문대 석박사 출신도 섞여 있다"고 했다.

수급이 안 맞는 '학력 과잉' 한국 노동시장의 단면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15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2014~ 2024 대학 전공별 인력 수급 전망'을 통해 "2014~2024년까지 10년 동안 4년제 대학 및 전문대 등 대졸자 79만여명이 노동시장의 수요를 초과해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간 4년제 대학의 졸업자는 302만1000명에 이르지만 인력 수요는 269만9000명에 그치고, 전문대 졸업자도 172만6000명 쏟아지지만 수요는 125만5000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 중 18세 기준 인구는 저출산 여파로 23만명이 감소(2014년 63만명→2024년 40만명)할 것으로 예상돼 일자리 시장에 투입되는 인력 공급 자체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향후 10년간 대졸자 일자리 규모는 이 같은 인구 감소 요인조차도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해진다는 것이 이번 인력 수급 전망의 요점이다.

이 같은 전망은 작년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2013~2023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 및 시사점' 분석을 통해 '향후 10년 동안 저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대졸 청년 일자리가 남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의 경우 2013~ 2023년까지 대졸자(전문대 포함)가 일자리에 비해 14만5000명 모자랄 것으로 예측됐지만 올해는 고시생이나 어학원 수강생 등 실질적으로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 청년들을 모두 포함시킨 결과 향후 10년간 대졸자 일자리가 80만명 가까이 모자란다는 예측이 나왔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이와 관련, "작년까지는 대학 인력의 기준을 '취업했거나 구직 활동 중인 사람'으로 한정했지만 올해는 1년 미만의 단기 실업자를 포함한 잠재적 실업자를 모두 포함해 분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노동과 관련된 주요 지표나 전망을 바꿀 때는 기존의 것과 일부 혼용해 나가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바꾸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올해 분석이 대졸자 인력 수급 전망을 더 현실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맡은 이시근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조사에서는 2020년까지 3% 후반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경제성장률이 2020년까지 3.4%, 2024년에는 2.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수출 부진과 디플레이션 우려 등이 겹치면서 인력 수요가 작년에 비해 더 악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학력 과잉에 저성장 기조의 경제 전망이 겹치면서 향후 10년 동안 암울한 노동시장 수급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들 따라 '경영학' 전공하면 되레 손해일 수도

향후 10년간 인력 수급 전망을 전공 계열별로 들여다보면 대학의 사회·사범·인문계열, 전문대 사회·자연계열 대졸자들이 특히 일자리보다 졸업생 숫자가 많이 넘칠 것으로 예상됐다. 4년제 대학의 사회계열은 10년간 대졸자 84만명이 쏟아져 나오는 데 비해 구인 수요는 62만3000명에 불과해 21만7000명의 인력 초과 공급이 예상됐다. 전문대 사회계열의 인력 공급 과잉도 22만8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인구론'(인문계 학생 중 90% 논다)이란 말이 향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얘기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교사 수요가 줄면서 4년제 대학의 사범계열에서도 12만명의 인력 초과 공급이 예상됐다. 이어 인문계(10만1000명), 자연계(5만6000명) 대졸자도 구직난이 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공별로 더 잘게 쪼개 보면 경영·경제(12만2000명)를 공부한 대졸자들의 인력 초과 공급이 제일 많고 중등교육(사범대·7만8000명), 사회과학(7만5000명), 언어·문학(6만6000명) 등에서 초과 공급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나마 취업 잘되는 학과'라며 경영·경제학과 공부했다가는 되레 더 잔인한 취업 경쟁률에 시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 지역 사립대를 올가을에 졸업한 송시영(익명)씨는 "토익은 860점에 학점 3.7이고, 취업 잘된다는 경영학까지 전공했는데, 중견기업조차 합격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경영·경제학과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과를 운영하면서 해마다 졸업자가 쏟아지며,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 수요가 줄면서 사범대 학생도 공급 과잉인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4년제 대학에서 기계·금속(7만8000명), 전기·전자(7만3000명), 건축(3만3000명) 등을 전공한 대졸자는 인력 초과 수요에 일자리 찾기가 비교적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다.